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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ma Jul 19. 2022

취준에 대한 간단한 고찰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고민만 하다가 한 달이 지났다

사실 최근 들어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매일 같이 자소서를 쓰고, 정보를 모아 글로 또다시 정리하다보면 

결국 매일같이 글을 쓰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어떤 의도도 목적도 없이

순수하게 "나"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취준에 대한 간단한 고찰

나를 정의하고, 나를 브랜딩하고 마케팅하는 일

취준의 본질은 '셀프 마케팅' 이다 


내가 어떻게 하면 이 회사에, 이 직무에 더 매력적으로 보일지 매순간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쓸모있는 사람으로 꼽힐 수 있을까, 

나를 상품화하는 과정의 연속인 것이다 


그 과정이 처음에는 재미도 있었다.

이전 구직 (이라고 말하기에도 뭐한, 대학생 인턴 구직 시절) 때는 기업 네임벨류만 보고 지원한 경우가 대다수라, 모든 과정이 고역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내가 원하는 분야의 꿈에 그리던 일들을 위해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은 나를 열정 넘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한 흔적들: 개인 노션 페이지의 일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지치기 마련인가보다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은 자꾸만 나를 의심하게 한다

내 열정이 부족한가? 내 노력이 부족한가? 

나는 분명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충분한걸까? 이대로 해도 맞는걸까? 


그리고 나를 끊임없이 검열하고 '더 나아보이는 사람' 으로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일상이 된다

자기 전에도, 일어난 직후에도, 

'이걸 추가해보면 어떨까', '이 분야에 대한 공부를 더 해볼까?' 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떠올라 

영감을 떠올리는 작가마냥 휴대폰 메모장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게 습관이 됐다. 


나는 그냥 나인데

어떤 키워드로도, 겨우 1000자의 문자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여러 단면을 가진 사람인데

그저 사람을 사람으로 봐주는 채용 절차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건가 싶었다 


물론 일을 하게 되면 내 다양한 단면들을 봐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들과 인간적인 관계도 맺을 기회가 생기겠지만 적어도 외로이 취업 준비를 하는 지금은 


내가 정의한 페르소나에 내 본질이 조금은 묻혀진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새로운 것들을 학습하는 과정이 좋다. 

내가 모르는 분야의 지식을 공부하고, 몰랐던 분야의 기술들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나라는 사람의 깊이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예술 분야를 늘 동경해왔지만, 이론을 독학해본 것은 처음이다. 

사실 정해진 규격대로 예술을 해석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었는데 

제작자의 시선에서 예술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건 의외로 참 재밌는 일이었다. 

특히 내가 어떤 장치와 연출법을 좋아하는지를 명확히 하게 될 수 있었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내 "취향" 대로 듣던 음악들을 분류하는 힘을 기르게 되면서 

나는 이런 장르의 이런 악기가 들어간 음악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명확한 취향을 정립할 수 있게 됐다. 


내 입맛대로 컨텐츠를 만들다보면, 내 취향이 담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색, 무드, 내가 동경하는 이미지들을 나도 모르게 담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 내가 깨달은 것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분야에 뛰어들건 간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내 취향과 감각, 감정은 내 모든 일의 이정표가 된다. 

그리고 그 취향은 내 일에 더욱 큰 열정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국 취업도 나와 맞는 기업을 찾아가는 것 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내 색깔을 그대로 담아내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꿈꾸는 일을 하게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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