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에서 중요한 원온원을 잘 활용하기
외국계테크펌으로 옮기고 나서 가장 생소했던 문화 중 하나가 원온원이었습니다.
원온원, 즉 일대일 면담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국내기업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혹은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면담좀 하자고 하면 퇴사를 한다거나, 큰실수를 저지르기 전에는 공식적인 면담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커피나 한잔 할까?"와는 조금 다릅니다. 커피를 하자는 건 정말 좀 쉬면서 가벼운 얘기로 잡담하면서 친밀도를 쌓는 것이 대부분의 커피챗이고요, 원온원은 조금 더 공식적(formal)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커피도 없고, 노트북을 켜고 얘기하며 주로 업무에 대한 얘기들을 하게됩니다.
그래서 매주 혹은 격주로 있는 상사들과의 원온원에서 어떤 얘기를 해야할지, 뭘 듣게 될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첫 원온원에서는 상사로부터 피드백을 받아야지, 하고 요즘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거같냐, 나의 고민은 이런거다 이런얘기를 주로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매주 잡힌 원온원에서 그렇게 시간을 때우기는 어려울것 같아서 저의 경우에는 세가지 주제로 진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
1. 내가 집중하고 있는 일, 우선순위에 대한 상사와의 얼라인먼트(alignment) 및 기대수준 조정(level set the expectation)
이번주, 이번달 내가 집중해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일이 이것 이것이며, 이렇게 프로그레스를 보이고있다.
너가 이런 저런 일들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것 알고 있으나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다음주에 진척사항에 대해서 다시 리뷰하자.
2. 내가 추진하는 일의 병목 해결을 위한 요구사항
내가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고 있으나, 우리조직의 리소스와 역량을 고려했을때 모든일을 진척시키기는 리소스가 부족하다.
사람을 더 뽑게 해달라, 혹은 이 일을 서포트 해줄 수 있는 부서가 X, Y이니 이 부서들이 일을 떠맡을 수 있도록 조정해달라.
3. 팀 내부 및 외부 관련 이슈사항 공유(heads-up)
조직원 중 X가 퇴사의사를 밝혀왔다, Y는 직급에 맞지 않게 일을 아주 잘 해내고있다, 이번에는 이 친구를 승진시켜야 할 것 같다.
유관부서 A가 우리 일을 돕기로 했는데, 꿈쩍도 안한다. 요청을 다시한번 했지만, 내말을 듣지 않고 있다. 너가 탑다운으로 좀 찍어서 도와주렴.
저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때문에 최대한 PPT로 만들어서 하고싶은 얘기를 담았습니다. 얼굴만 멀뚱 멀뚱 보며 메세지를 전달할 자신도 없었지만, 내 요구사항과 메세지를 잘 전달하려면 문서화해서 최대한 상사가 내 문서에 집중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상사도 나만이 아니라 다른 디렉터들과 원온원을 진행하기 때문에 비교가 될거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역시 제 부하직원들과 원온원을 진행하면서 준비도가 많이 비교되었던 것 같습니다.
디렉터 레벨인 저도 원온원에 시간빼기가 너무 어려울 정도로 바빴고, 저의 상사인 부사장급은 더 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바쁜 사람들이 시간을 냈다면, 그 시간을 아주 알차게 써야하는 것이 맞고 그러려면 준비가 잘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어느 누구와 원온원을 했는데, 부하직원이 아무 아젠다도 없이 들어왔다고 하면 결국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할 것 입니다.
외국계로 이직하면서 들었던 가장 많은 조언이 "너의 어필을 시도때도 없이 해라", "원하는 것을 득달같이 달려들어 얻어야한다"였는데 공개적인 자리보다 이런 정기적인 원온원이 저에게는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