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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람 Oct 07. 2016

[술과함께] OLDE KNIVES #1

사제락과 스테이크

OLDE KNIVES 전경
비워진 사제락과 노트

아, 대기 거의 1시간 멍때리다. 전화받고서 오게 되었다. 국내산 채끝살을 쓰는 스테이크 집인 줄 알았는데 Bar 였다니. 메뉴는 단 두 개 채끝살 스테이크와 고르곤졸라 파스타. 뭔가 기대된다. 그런데 설명이 여긴 Bar 라고 한다. 

스테이크와 파스타 따위 Bar 손님을 위한 것일 뿐이라니 일단 채끝살 스테이크 200g 과 사즈락을 주문한다. 칵테일 사즈락은 과도기적 레시피로 브렌디 베이스도 아니고 라이 위스키 베이스도 아닌 둘을 섞어 만드는 형태. 압생트는 토칭을 하는데 엄청 해대는 게 음식과 맞추기 위해서라나. 지금은 굉장히 달콤하게 혀 끝 뒤에 남는 비터감만이 존재를 일깨워 준다. 아, 나도 고기 먹고 싶다.

OLDE KNIVES Back Bar
사제락
채끝살 스테이크 200g


나이브하지 않은 나이브 랄까? 말장난이지만 그게 사실이기도 한 솔직한 내 감상이다. 기대는 심플한 스테이크 하우스에 술을 조금 곁들이는 정도였는데, 실상은 그 반대였다. 그리고 술을 느긋이 즐기기엔 확실히 주말을 골라선 절대 안 될 집이랄까? 얼마 전 알게 된 지인이 자신은 Bar 에 갈 때 오픈 시간에 맞춰 가고 붐비기 전에 일어선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도 주말의 이태원 핫플레이스에선 맞지 않을 말임을 알고 있다.

어쨌거나, 스테이크는 맛있었고 칵테일은 괜찮았다. 다만 이게 정말 사제락이 맞냐는데 대해서는 정체성의 혼돈이 온달까? 스테이크나 파스타 같이 기름진 음식과 함께하기 위해서 변형된 형태라는데 그렇다면 트위스트가 맞으려나 전혀 다른 개별의 메뉴이려나? 하지만 난 항상 바텐더의 개성을 존중한다. 다음엔 올드패션드를 마셔봐야겠다는 생각. 올드패션드가 사제락 같다니 말이다. 

주말의 시작 그것도 금요일 저녁에 6시 30분여에 갔는데 웨이팅을 1시간여 했다. 그래, 웨이팅은 할 수 있다. 기대감이란게 있으니까. 그다음부터 느긋하면 좋으니까. 그런데 막상 주문을 하고 칵테일을 받고 스테이크를 먹으며 내 뒤로 늘어나는 웨이팅 손님의 압박에 1인 손님은 그냥 그대로 나서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나왔다. 한잔 더 하고 싶기는 했는데 너무 번잡하니까. 나만 즐길게 아니니까. 간만의 해방촌 구경이나 할까도 싶기도 해서. 다시 간다면 주말은 피해서 주중 오픈과 비슷한 시간 즈음에 가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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