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오레와 푸딩
주말을 어떻게 지내는가 고민을 하다 아메노히로 가기로 했다. 가는 경로도 바꿔서 왔는데 평소라면 9호선 당산에서 2호선을 갈아타고 왔을 것을 1호선 용산에서 경의중앙선을 갈아타고 온 것. 뭔가 경로는 가까운 거 같으나 배차 간격 때문에 다음번엔 과연 이렇게 올까 싶다. cafe au lait 와 pudding 을 주문했다. 한정 메뉴라는 strawberry cream soda 를 주문하고 싶었으나 손사래를 치는 것으로 보아 안되는구나. 상관은 없다. 그냥 와서 오늘 이리저리 하려 했던 것들만 하면 되니까. 할 거란 게 크게 별 것 없는데 여태껏 쓰던 글들의 정리와 만년필 글쓰기 그러니까 영문 캘리그라피 정도다. 카페오레는 우유에 묻히지 않는 커피와 우유와의 적절한 조화가 즐길만하고, 푸딩은 깔끔하게 비리지 않으며 조금 단단한 정도? 시럽이 약간 쌉쌀하기도 한 게 우유 베레이션과 좋은 궁합이지 않나.
지금까지는 다 좋은데 조금 아쉬운 게 양옆과 앞에 대화가 너무 격해 조금 전부터 이어폰을 꽂았단 정도? 총 12자리 중 10명이 앉아 있고. 혼자인 손님은 나와 다른 남성 한 명. 그 외 전석 2명. 어쨌든 이걸로 오늘은 지나고 4월도 지나고 봄도 끝이라는 느낌이다. 봄의 마지막 햇살을 느끼려 안경도 벗고 렌즈를 끼고 왔는데 모처럼의 렌즈는 초점을 잡기 힘들고 안경의 익숙함을 알게 해준다. 오늘 새벽 작은 친구가 보내준 링크로 Michael W. Smith 의 The Tribute & Agnus Dei 를 듣는다. 고마워.
어느 세인가 5월의 막바지 곧 6월인데, 글에서는 4월을 보내려 하는구나. 나태하지 않으려는 이유에서도 종이에다 직접 펜으로 글을 쓰던 이유도 있었는데 말이다. 어쨌건 예전보다는 좀 더 자주자주 쓰니 점점 좋아져 가는 것 같다.
오랜만에 맛보는 카페오레에 기분이 좋아졌었지. 푸딩은 커피와 함께 주문하면 500원이 할인되는 게 더 기분을 좋게 만들었지. 딱히 세트 메뉴가 없어도 이런 의외의 할인에 기분이 좋아진 것.
어느 정도 조용히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공간의 컨셉이 그런 거 같으면 조금은 조근조근히 말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아쉽게도 난 동행이 없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없었구나. 그래서 일어나기 전 나는 전화를 걸기로 했다. 고마운 친구에게도 말이다. 지금 난 커피와 푸딩을 먹고 있어, 너는 뭐하니? 하니 자기가 거니는 타국의 거리를 이리저리 찍어서 보내준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친구가 거니는 타국을 말이다. 그래서 더 고마워.
지금은 서울에서 대구로 가는 KTX 안. 맥주 대신에 힙프라스크에 담아온 위스키 한잔. 대구에서 푸딩이 맛있었던 집이 있었던가 되뇌어보는데…오늘 들리는 카페에 푸딩이 있으면 푸딩을 아니면 티라미슈를 주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