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쌀 때 사면되는 것 아닌가요?
말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2년 동안 열심히 번 돈으로 투자한 결과가 본전이라니. 금융위기까지 겪은 상황에서 본전을 찾은 것만으로도 다행이긴 했지만, 2년 동안 불린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게 허무했다. 어딘가 뒤쳐지는 기분도 들었다. 어쩌면 조금 더 보유하면 이익이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어서 자취방을 얻어서 독립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기에 펀드가 본전을 되찾자마자 환매해서 5평짜리 원룸 전세를 구했다. 그 이후 코스피 지수는 계속 올랐고 그전에 펀드를 모두 팔아치운 나는 이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내 기억에 그때 처음으로 위기 후에 수익의 기회가 있음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 수익의 기회를 놓친 것이 너무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의 크기만큼 기대감도 느끼게 되었다. '언젠가 또 비슷하게 주식시장이 출렁일 때 그때 투자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는 동안 과연 나는 그런 기회를 잡았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쏘쏘. 그런 적도 있고 아닌 적도 있었다.
다 지나고 나서 주가 그래프를 보면 쉬워 보이지만 내가 막상 저 상황에 투자 중이면 언제가 바닥인지 아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사실상 운의 영역이 아닌가 싶다. "공포에 사라"는 말은 이제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만큼 흔한 증시 격언이긴 하지만 공포에 살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공포에 사라는데 얼마나 공포스러우면 되는 걸까? 이 정도 공포스러우면 되는 건가? 지금 꽤 공포스러워서 샀는데 더 떨어지면?
그리고 항상 느끼는 딜레마. 내 돈이 물려야만 공포를 느낀다는 점이다. 물론 내 개인적인 공포감이 아니라 뉴스나 지인들의 반응, VIX같은 지표들을 보며 시장의 공포를 측정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나 자신의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정말 다 팔고 떠나버리고 싶을 때가 바닥이더라. 그런데 그럴 땐 어김없이 내 돈이 다 물려있을 때라 공포를 느끼면서도 더 살 수가 없다.
차라리 내가 물렸을 때를 알려줄 테니 수익금을 나눠 줄 사람을 찾고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