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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Aug 12. 2021

"무지개색 피부를
가진 사람도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 그리고 미래로 보내는 대답


다섯 살, 서우에게 올림픽은 처음 만나는 지구였다. 책에서만 보던 ‘이웃 나라’의 존재를 실제 눈으로 확인했으니 말이다(왜 어린이 동화의 모든 등장인물은 이웃나라에 사는 것인지). 


서우는 특히 엄마 아빠를 따라 배구 경기 보는 것을 좋아했다. 우리나라와 터키의 경기가 있을 때에는 “터키라는 나라와 겨루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줬다. 그러자 터키를 ‘토끼’로 잘못 알아듣고는 “토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 빠르겠다”고 걱정하며 터키 선수들을 동화 속으로 보내버리는 일도 있다. 


실제 이웃 나라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는 서우를 보고 있으면 어른들도 즐거웠다. 코로나 때문에 외국에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는 서우가 이렇게라도 지구를 알아가는 것이 좋았다. 각 나라의 특징을 설명해주면 서우는 신기하게 들었다. 


배구 경기에서 터키 다음 상대는 브라질이었다. 가족들은 TV 앞에 모였다. 드디어 선수 입장. 그때 서우의 예상치 못한 공격이 강스파이크로 날아왔다. 


“엄마, 아빠, 할머니. 저 사람들은 어릴 때 세수를 안 해서 저렇게 까만 건가봐요.”


이 순간 어른들의 머릿속은 모두가 같은 생각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피부색의 다양성을 알려줄 수 있을까. 수능 시험지를 받아든 수험생과 같은 표정이던 어른들 사이로 다시 서우가 말했다. 


“아,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피부가 어두운 색이었네!”


어쩌다 생각이 바뀌게 된걸까. 책에서 본 내용이 문득 생각이 난 것일까. 서우에게 네 생각이 맞다고 했다. 그러자 서우가 다시 물었다. 


“서우는 태어났을 때에는 (팔다리 피부를 가리키며) 무슨 색이었어요?”

“응, 서우의 팔다리 지금 색과 똑같지. 우리나라는 서우와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나라야.”

“아니야. 할머니. 우리나라에도 빨갛게 태어난 사람도 있고, 여러가지 무늬가 있는 사람도 있고, 무지개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도 있어.”


할머니가 잘못 생각한 거였다. 하마터면 할머니가 못난 대답을 할 뻔 했다. 서우 생각이 맞았다. 어째서 한 나라의 피부색을 하나로만 설명해주려고 했을까. 브라질이라는 나라에는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나라’라고 설명을 했더라면 어쩔 뻔 했나. 생각만 해도 눈 앞이 캄캄해졌다. 브라질에도, 우리나라에도, 그리고 지구의 모든 나라에 하얀 피부, 빨간 피부, 무늬가 있는 피부, 무지개 피부 등이 아주 다양하게 존재하는 데 말이다. 


피부의 다양성을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서우는 올림픽을 보면서 이미 알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구는 무지개색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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