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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답답해하면 밖으로 나가야지!

아빠 오늘은 어디가요? 닥치고 육아여행

여행이라고 하면 1박 2일부터 한 달까지 어딘가로 가는 것으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이가 어리면 1박을 하는 것만으로 괴롭기에 우리는 아이가 만 2살이 될 때까지 거의 당일치기 여행만 다녔다.


그중에 가장 많이 간 곳이 놀이터다. 놀이터 중에서도 동네 아파트 놀이터다. 아이가 어린데 멀리 어디를 가겠는가? 첫째 4살, 둘째 2살 일 때 첫째가 답답해하는데 둘째가 차를 타면 울어 젖히니 멀리 갈 수 없어 우리 아파트 놀이터부터 동네 아파트 놀이터 투어를 다녔다.


평일에야 회사에 다녀야 하니 아이들과 놀기 어렵지만, 주말에는 어김없이 놀이터에 나갔다. 놀이터에 가면 나는 골목대장이 되어 있다. 아이들이 나만 오면 달라붙어서 놀아 달라고 한다.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노는 어른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주말에 놀이터에 가면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노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한민국이 점점 바람직한 분위기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지금도 날씨만 좋으면 놀이터에서 논다. 놀이터에 아이들이 별로 없다는 게 아쉽다.


주말에 동네 놀이터만 가면 너무 지루하니 다양한 놀이터를 찾아서 돌아다녔다. 집 주변은 아니지만, 조금만 이동하면 되는 곳에 잘 찾아보면 색다른 놀이터들이 꽤 있다. 그중에서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곳은 상암에 있는 아기새의 모험 놀이터다.


우선 상암의 평화공원이 넓다. 그래서 참 좋다. 내가 사는 곳은 아이들 킥보드 한번 태워주기 어려운 환경인데 평화공원은 아이들이 온종일 킥보드만 타고 놀아도 신이 나는 곳이다. 아이들과 킥보드 타면서 안으로 들어가면 아기새 모험 놀이터가 나온다. 보는 순간 “우와” 소리가 나온다. 동네 놀이터하고는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친절하게 아이들이 모래 놀이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그 공간에 물도 나와 물과 모래를 섞어서 놀 수가 있다. 미끄럼틀도 몇 개가 있고, 모험 놀이터라는 타이틀에 맞게 초등 저학년까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코스들이 있다.


상암은 아니지만, 불암산 나비정원이다. 가볍게 등산도 하고 구경도 하고 추천하고픈 곳이다.


조금 멀리 가면 초등 고학년도 즐길 수 있는 놀이터들이 있다. 그중에 가장 추천해보고 싶은 곳은 춘천에 있는 꿈자람 어린이 공원이다. 인터넷 검색하다가 너무 좋아 보여서 아이들 차에 태우고 주말에 다녀왔었다. 춘천은 연애할 때도 자주 애용하던 데이트 코스였는데 아이들과 함께 데이트할 때 갔던 닭갈비 집도 가보니 주인이 아직 그대로여서 반가움이 두 배였다. 몇 번 가보지는 않았지만 12년째 단골이라고 할까? 아이들 이쁘다고 양도 얼마나 많이 주시던지 먹다가 배 터질 뻔했다. 참고로 우리 아이들은 닭갈비 같은 매운 거 아직 못 먹는다.


춘천 꿈자람 어린이 공원에 가면 아이들이“우와”하고 소리를 지른다. 비록 일정 금액을 내야 하지만 실내와 실외 체험시설이 크고 넓기에 초등학교 고학년도 재미있다고 놀 수 있다.


규모가 크다 보니 높이 있는 줄사다리를 딸이 무서워서 올라가지를 못했다. 30분 정도 기다리고 응원해주니 기어코 올라가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다.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이다. 아이의 자랑스러운 표정을 보면, 이 맛에 아빠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춘천 꿈자람 어린이 공원 실내 놀이터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 놀이터가 있다는 것이다. 공원의 자그마한 놀이터부터 지자체가 마음먹고 만든 곳까지 찾아보면 다양하게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생각보다 공원이 적고 공원이 적다 보니 놀이터도 적다. 아파트 놀이터를 제외하면 차를 타고 놀이터에 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저출산이라고 하면서 10년 130조를 쏟아부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돈들은 어디 갔을까? 아이들을 위해서 차 안 타고 가도 놀 수 있는 공원과 놀이터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여름에는 물놀이장이나 한강 수영장을 자주 간다. 매번 비싼 돈 내면서 워터파크를 갈 수 없지 않은가? 다행인 게 최근 몇 년 사이에 물놀이장이 제법 생겼다. 물론 나는 서울에 살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사람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예전에 없던 것들이 생긴 게 어딘가?


우리 딸이 처음에 한강 수영장에 간 것이 기억난다. 아마 돌 조금 지나서였을 것이다. 비싼 돈 들여서 유아용 튜브를 사고 한강 수영장에 갔다. 튜브에 넣어서 물속에 넣자마자 튜브에서 기어 나온다. 좀 달래서 물 밖에 세워놓으면 어느 순간 물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참 물을 좋아한다. 나중에 수영선수 시킬까? 하면서 아내랑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물은 여전히 좋아하지만 배우는 건 싫어한다. 튜브를 내팽개치고 물속에 들어갈 때부터 알아봤다. 우리 딸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매주 아이들과 놀다 보면 지친다. 특히 물놀이를 아이들과 같이하면 더욱 지친다. 그럴 때면 또 인터넷 검색을 한다. 각 지방마다 사시사철 다양한 이벤트들이 많이 있다. 가을과 겨울에는 각종 축제가 있고, 겨울에도 눈 축제나 눈썰매장 들이 오픈을 한다. 검색하다가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 비용적으로 부담이 없는 곳이 있으면 주말마다 놀러 간다.


최근에 갔던 축제는 ‘연천 구석기 축제’였다. 나뭇가지에 삼겹살을 꽂아서 구워 먹는 이벤트가 독특해 보여서 함께해봤는데 아이들은 잠깐 하더니 연기 난다고 사라졌다. 결국, 아빠가 삼겹살 구워서 먹었다.


이번 겨울에 딸아이 친구 아빠가 연락이 왔다. 송어 축제에 가서 물고기 잡으러 가자고 하는데, 둘째가 아직 어려 추워서 힘들어할까 봐 다음을 기약했다. 내년 정도에는 아이들과 함께 가보고 싶기는 하다.                 


연천 구석기 축제에서 통 삼겹살을 먹고 있다.

                                                

외부에서 놀 때 가장 좋아하는 곳은 넓은 곳이다. 동네에서는 킥보드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 보니 그런 곳에 가야 한 번씩 탈 수가 있다. 그중에서 인천 정서진에 아라빛섬을 특히 좋아한다. 넓고 한적하다. 편의점도 있어서 도시락 안 싸가도 요기를 할 수 있다. 물론 따로 입장료도 없다.


아라빛섬이 넓어서 자전거나 킥보드 타면서 놀 수도 있고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 무료 카약 체험, 함선 구경도 할 수 있고, 아라리움 홍보관에서는 각종 체험도 할 수 있다. 날씨 좋은 날 킥보드 하나 들고 가기 참 좋은 곳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하게 된다. 내가 놀이터에서 어릴 적에도 해보지 못한 골목대장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 해봤고, 킥보드를 탈 만한 장소를 알아보러 다닐 줄도 몰랐다. 피곤함을 무릅쓰고 주말마다 물놀이장을 갈지도 몰랐고, 연애 때도 안 가본 축제를 찾아다닐지 몰랐다. 아이들 덕분에 밖으로 나가게 되고, 처음 하는 것들이 생긴다.


육아를 그냥 쳐다보면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만, 육아를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즐겁다. 실제로 아이들 덕분에 밖으로 나가고 처음 가보는 곳에도 놀러 가게 된다. 여행 같은 육아, 진정한 육아 여행의 시작일 것이다.


분명 내가 가보지 않은 더 좋은 야외 놀 거리들이 있을 것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집에만 있는 것을 더 답답해할 테니 새로운 곳을 찾아 계속 여행할 거다. 덕분에 나도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가슴 뿌듯한 육아 여행을 계속할 거다. 피할 수 없는 육아, 여행으로 즐겨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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