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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레논 Sep 19. 2023

로또, 어디까지 사봤니

인생여전 말고 인생역전

매주 약 만 원어치를 산다. 한 게임에 천 원이니까 10게임. 1부터 45까지의 숫자 중 나의 인생을 역전 시켜줄 6개의 숫자를 골라야하니 여간 신중해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에 편의점에서 로또를 판매할 때는 지금보다 수동으로 자주 구매하는 편이었다. 편의점에서는 로또 용지에 표기를 하는 곳이 안쪽에 있어서 혼자만의 심사숙고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로 매점 앞에 붙어있는 자주 출제되는 번호를 참고해 최근의 동향을 살펴보기도 하고, ‘로또매니아’라는 어플을 통해 번호를 생성받아 그 번호를 사기도 한다. 6개의 숫자들에 클라이언트가 수정하라고 시킨 슬라이드의 번호나 편의점에 진열된 젤리 영양성분표에 적힌 숫자가 슬쩍 포함될 때도 있다. 사실 길가에 있는 매점에서는 컴퓨터 싸인펜을 들고 길 한복판에 한참 서서 숫자를 하나하나 아로새기는 게 어쩐지 쓸쓸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자동으로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어떤 사람은 하나의 번호로만 몇 년을 진득하게 산다는데 나는 매주 바꾸는 편이다. 애초에 나에게 그러한 태산같은 꾸준함이 있었다면, 지금쯤 꼬박꼬박 예금을 들어 자산을 잘 지켜낼 수 있지 않았을까.


로또 명당을 잘 고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일단 1등이 이미 여러 번 나온 곳에서는 잘 사지 않는 편이다. 그 복권방이 1등을 위한 운을 다 써버렸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상하게 1등이 아직 나오지 않은 지점에 기회를 주고 싶어진다. ‘내가 꼭 1등으로 당첨되서 너희 복권방이 명당이라고 소문날 기회를 주겠다’는 마음으로 최고 성적이 2등인 복권방을 찾아다닌 적도 있다. 분명 효험이 있는 거 같기도 하다. 5천원일지라도 자주 당첨되는 복권방이라는 느낌이 오면 그 복권방에서 얻어온 금돼지 봉투에 일주일 내내 로또 용지를 넣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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