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사와 지금의 새로운 회사 사이에 2주의 방학이 지나고 같은 루트로 출근한 지 일주일을 꽉 채운 금요일 아침이었다. 버스 차창 너머로 익숙한 한강이 보일 때쯤 갑자기 뭔가 나 자신에게서 낯선 기분을 느꼈다. 지난 몇 년 간 금요일 아침 출근길은 '그래도 끝났다'는 안도감이 채웠다. 물론 끝나지 않은 - 끝날 수도 없는 - 일에 야근을 각오하고 나선 금요일도 아주 많았지만. 아마 적어도 오늘 하루가 끝나면 이틀 동안은 일에서 해방될 수 있기에 그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웠던 게 아닐까 싶다.
모두가 금요일을 '불금'이라 부르며 마치 명절처럼 보내는 것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 찌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명절이나 휴가를 앞두고 오가는 쉴 계획에 대한 질문만큼이나 불금에 대한 질문은 더 자주 반복된다. 금요일은 일주일 중에 단 하루, 그것도 퇴근 후의 짧은 시간인 건 다른 요일과도 같은데 왜 우리는 금요일만 특별한 차별을 하는 걸까? 주말에 아무 계획 없이 집에서 쉬는 건 그러려니 하지만, 불금에 집에 일찍 들어가 쉬는 건 왜 아쉽다는 반응인 걸까.
그걸 지금의 출근길에 깨닫는다. 내가 왜 그랬고, 다른 이들도 왜 그랬는지. 아마도 이제야 끝난, '어떻게든 지나가버린' 한 주를 기념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게 아닐까.
오늘 아침의 출근길은 색다르게 '이번 주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기분 좋은 의지가 채웠다. 읽던 지루한 책을 꾸벅꾸벅 졸다가 떨어뜨리거나, 다시 들춰보기도 싫은 마음에 홱 덮어버리는 것 같은 금요일은 이제 그만 만나고 싶다. 알차게, 즐겁게 읽은 책처럼 보낸 일주일에 책갈피와 함께 읽은 부분에 대한 메모를 남기는 금요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