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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Aug 05. 2023

우리는 가끔 금요일이 불탑니다

세월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방법, 재미

금요일입니다. 토요일 근무할 때를 생각하면 금요일은 준 주말로 격세지감입니다. 최근에는 주 40시간 근무하는 탄력 근무제라 금요일은 거의 반 휴일이 되었습니다.


불금은 맞는데 워낙 날이 뜨겁고 더우니까 불금이라 하면 매 맞을 것 같습니다. 원 없이 달리는 것보다 시원한 맥주 한 캔 정도에 잠깐 더위를 잊어 보는 게 빙금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삼척 출장 다녀 오늘길에 원주에 들려 AR7을 데려 왔습니다. 생산된 지 오래된 중년의 빈티지 스피커입니다. 악의 무리 중 우두머리인 J군이 발견한 물건으로 작지만 강한 놈이라 하며 꼭 사야 한다 하여 시키는 데로 업어 왔습니다.


금요일인 오늘은 가정의 날임에도 J군은 AR7을 인질로 저녁에 보자 합니다. 좋은 물건임에도 세월의 노후화에 개복 수술이 불가피함으로 시급성을 따져 오늘이 적기라 하며 수술 장소를 알려줍니다. 시흥 목감, 악의무리 부하 K군의 본거지 작업실이라 합니다. 결국 수술 각서에 구두 서명을 하고 성능개선 치료를 하기로 했습니다. "수술 중 발생하는 일에 절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내비가 시키는 대로 작업실에 도착하여 주인 K군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작업실에는 덕질하는 무리들답게 온갖 장비들이 배치되어 분위기를 압도합니다. 오래된 진공관 앰프들과 크고 작은 스피커들이 3중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깜짝 놀라게 K군외에 두 분이 소주와 함께 1차 저녁식사 중이십니다. 처음 만남에 늘 어색한 성격이라 실없는 농담을 던져 보지만 안 먹히는 듯합니다만 반갑게 맞아 줍니다. 그들의 만남 매개체는 아마추어 무선질, 이 시대에 카톡 하면 될 것을 굳이 무선질로 더 멀리 전 세계와 교신한다 합니다. 세상에는 이해 못 할 사람들 투성이죠. 세상은 참 신비롭습니다. (Life is mysterious).


민원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에서 편하게 시범소리 듣기에 귀가 깜짝 놀라고 있을 즈음 저녁식사를 가자합니다. 저녁을 이미 먹은 터라 소리감상(음악감상과 다릅니다)을 하며 남겠다 간곡히 부탁을 하는데 무리 네 분은 슬쩍 중국 술 한 병을 보여 줍니다. 간단한 저녁이라 했는데 복잡한 저녁이 될런가 봅니다. 혼자남아 아파트서 듣기 어려운  클래식 대편성 두곡을 훌륭하게 감상했습니다.


네 분은 11시에 가까운 시간에 돌아와서는 본격적인 만취 강의를 시작합니다. 빈티지 장비 소리를 좋게 하는 기술적인 노력, 과정 그리고 성과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제일중요 한 것은 소리와 음악보다는 노는 재미라 합니다. 결과를 만들어 가는 과정 중에 사람과의 점점 얽혀 가는 정과 적당한 술이 주는 편안함이겠지요.


쉴 새 없이 주고받는 대화 중에 어느덧 자정이 되었지만 파할 기세가 없어 보여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납니다. 궁금해졌습니다. 모두 성공한 일을 하고 계신 것은 틀림이 없는데 아내분들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어떤 고급 기술이 들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포기당한 중년들인지요.


새벽 두 시에 날을 세어 헤어졌다는 대단한 문자를 아침에 확인을 했습니다. 취중 수술이 성공적이었는지는 정보가 없네요. 각자 어떤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는 알 수없지만 재미를 가지고 내일처럼 서로 도와가며 세상과 타협하며 즐기는 모습들이 50대 아재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노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워도 불금이 맞나 봅니다.


AR7, 70년초 생, 연식이 나와 비슷합니다.


이것저것 많기도 하네요. 귀는 간사하므로 변화가 수시로 필요합니다..


가을을 목표로 제작중인 장비. Tango가 사진계의 라이카와 비교된다합니다. 가을쯤듣게 될 소리가 기대됩니다.


세월에따라 손이가는 것은 빈티지의 길, 숙명이라 덕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늘 덕질후의 마무리는 술입니다. 수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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