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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Dec 07. 2023

냥, 부디 좋은 곳으로

고양이의 죽음

반려 동물의 나고 자라고 살고 죽음을 글로는 기록하지 않으려 했다. 살아 있는 것은 무릇 소멸되어 흙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 끝의 과정은 감당하기 어렵게 슬프기 때문이다.


딸 둘과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 비행기 마일리지 소멸 시효가 남지 않아 소진을 해야 한 게 큰 이유였지만 강제로 라도  처음 딸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세상은 인생은 늘 만만하게 오지는 않는다는 게 함정인 거다.


얼마 전 분가한 큰애가 집에서 같이 공항으로 출발하려 왔는데 예상치 못하게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 노견 강아지가 큰애가 오자 반가워 흥분에 발작을 한 것이다. 순식간 집안 분위기는 갑분싸,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긴 의논 끝에 큰애는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강아지 옆에 남기로 했다.




하필 오늘 점심시간에 직원이 작은 이동형 펌프 작동 점검 겸 차바퀴에 공기를 넣는다 주차장에 가자고 했다. 금방 밥을 먹은 터라 소화도 시켜야 해서 선 듯 가기로 했는데 이게 참 이런 상황을 맞닥뜨릴 줄은 몰랐다. 하필 하필.


화단에 새끼 고양이가 언듯 시야에 들어와 무시할까 하다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죽은 모습이었다.  순간 흠칫 놀랐다. 하아, 하필 여기서 왜라고 생각한 순간에 짧은 생을 마감한 고양이에 연민의 감정이 올라왔다. 무엇이 원인이 되어 어린 생명을 앗아 간 것일까 알 수 없어서 궁금을 더 했다. 완전한 사후 경직은 아니었다.


두면 관리 직원이 처리 하겠지만 버리고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히 차에 휴지 줍는다 구입해 놓은 집게가 있어 어렵사리 화단을 팠다. 구덩이를 파면서도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간다. 생과 사, 허무, 윤회.


집게로 사체를 들어 옮길까 잠깐 망설이다 마지막길임을 알기에 두손으로 정성스레 옮겨 마지막 예우를 했다. 어쩌면 집 노견을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혹시 판단이 틀려 죽은 것이 아니라서 금방이라도 일어날까 겁이나 직원에게 죽음을 재차 확인 후 흙을 덮고 좋은 곳에 갈 것을 빌었다. 무릇 산 것에 대한 죽음의 마지막 남는 것은 지극히 당연히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니까 부디 다음에는 동물로도 사람으로도 다시는 세상에 오지 말고 흙으로 만 머물기를 소원했다.


소주라도 옆에 놓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저녁식사 후 편의점 들려 삶은 계란을 구입해 놓아주었다. 고양이가 먹는 음식인 줄은 모르지만 그렇게 라도 보내고 편하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이 세상의 악연이 아니라 인연이었기를 바라며.


누운 자리가 편안해 보여 조금 마음이 놓였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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