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 김춘식 Jun 10. 2024

사진관에 또 낚였습니다.

가족사진 매우 유감, 제발 그러지 마세요

가족사진, 김진호 가수님의 노래, 노랫말이 있죠. 많이도 여러 사람을 울립니다. 가족사진은 세월이 지난 먼 훗날 그날을 기억하여 눈물짓기도 하고, 흐뭇한 미소로 오래전 기억을 소환하기도 하지요. 그러기에 가족사진은 한 가족의 한 역사가 되고, 가족사진을 촬영하는 날은 축제 이어야 합니다.


어떤 축제든 축제의 날은 즐거워야 하지요. 그런데 축제의 그날이 즐겁지만 않고 뒤끝이 찝찝합니다. 유쾌하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세상 사는 게 돈이면 다 되는 것은 맞습니다. 맞지요. 그 돈, 돈을 위해 불법은 아니지만 나쁘게 우려먹는 대표적인 곳이 결혼 예식장, 장례식장이죠. 사람의 기쁜 마음과 슬픈 감정을 교묘히 이용해 돈을 우려 처먹는 아주 나쁜 곳입니다.


대구 xx 사진관, 가족사진을 촬영하기로 한 사진관(스튜디오)입니다. 정가 30만 원을 할인하여 액자 포함 15만 원이라 하네요. 11R 액자를 제공하고 의상, 화장까지 해준다 합니다. 오래전 미끼 가족사진이 문제화된 적이 있어 의심은 있었지만 설마 싶었지요. 시간이 다가올수록 15만에 대한 의심이 가득했고, 순진하게도 15만원에 미안하단 생각에 어떻게 액자 하나라도 추가해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말이죠.


당일 사진관에서 대단한 봉사를 받았습니다. 가족 14명의 의상 두벌 제공에, 화장봉사로 감동했다 말입니다. 덕택에 흙수저 평민이 깔맞춤 의상을 갖춰 입었다는 게 처음 어색했지만 금방 적응하고 모두 깔깔, 낄낄 거리며 즐거운 시간이 되었지요. 15만원의 비용에 이 정도 가성비라면 할 만 히다마 다요.

사진사도 감동입니다. 사진이야 워낙 사진기(Canon 5D 사용)가 좋아져 찍으면 작품이라 할 정도이지만 어색한 분위기 띄워 웃음을 유발하는 재치와 촬영위치 선정, 포즈 잡기에 전문가 다운 힘(포스)을 보여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는 탄성이 나오게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즐거웠습니다.


촬영 후 옷 갈아입을 짧은 시간에 사진정리가 된 모양으로 슬라이드 영상을 만들어 놓고 전문 상담사로 보이는 분이 상담실로 모이라 합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단 긴장된 시간입니다. 어떻게 포장하여 옴짝 못하게 지갑을 열게 하는지의 기술이 궁금했지요. 벌써 우리 가족은 15만원 이상의 의상과 과한 사진촬영 기술 봉사(서비스)그리고 원하는 이상의 사진장수를 생산해 놓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라면 감수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우선 15만원에 제공키로 한 11R짜리 액자의 품질은 전시해 놓은 것에 비교하면 꽝 중의 꽝입니다. 비교 심리를 이용하자는 단순한 작전 일 것입니다. 원본 불출원칙을 설명하며, 30, 40R 되어 보이는 액자는 85만 원 이상이고, 겨우 20R이 55만이라 합니다. 난감하잖아요. 벌써 즐거움과 과한 봉사를 받았는데 쪽팔리게 11R 액자 받고 모든 걸 포기하고 뻔뻔하게 이 좋은 날에 그냥 나가느냐 아니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느냐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하잖아요. 어쩔 수 없는 뻔한 결정이지만요. 알면서도 속고 알면서도 낚였습니다.


사진관 관계자 분들에게 우리 가족이 전문가란 것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괜한 말싸움으로 어렵사리 전국에서 모인 가족의 흥을 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인데 사진관, 예식장, 장례식에서는 이 약점을 이용한다 것을 알면서도 속아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생활 30년째이란 것과 딸과 조카는 게임 그래픽과 설계 전문가로 보정(뽀샵) 대가인 줄은 몰랐을 것입니다.


155만원에 JPG파일 120장을 구입했습니다. 이 마저 RAW 파일은 안 준다 합니다. (RAW로 촬영하지 않았는지 확인은 하지 않았습니다). 액자 없이 원본파일을 받아 우리가 직접 보정하여 활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는 의견에 따라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1인당 10만 원, 14명의 140만 원에다 11R액자비 15만원 해서 155만원입니다.


세상의 사진관 사장님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15만 원 미끼로 유인하지 마세요. 의상대여, 화장봉사 인건비, 촬영장 제공, 사진사 기술제공, 사진 보정 인건비와 행정비를 포함하면 150여 만원의 가치를 제공받았다 생각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150만원이라 하시고 촬영 후 막다른 구석으로 쪽팔리게 몰지 마세요. 사진사 인건비, 의상 대여료, 촬영실 임차비, 보정 인건비로 나누어 견적 내어 투명하게 계약전 공지하시고, 액자비는 시장가로 하세요. 아니면 단순하게 1인당 단가 10만원으로 퉁 치시던지요.


그나마 프로다운 사진사 직원분의 열정적인 모습에 유일한 위안을 받고 기분이 좋습니다. 세상에 악한 사진사는 없습니다. 가족사진 촬영 계획을 하고 계신다면 100에서 150 정도 예산을 확보하셔야 하고, 할인가 15만원에 낚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동호회원 출사 장비
매거진의 이전글 빨라서 잃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