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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May 29. 2024

빨라서 잃는 것들

2시간 20분,  2시간 50분.

광명역에서 부산역까지, 광명역에서 여수역까지 기차로 소요되는 시간입니다. 느끼는 감정에 따라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제각기의 목적임에 여행 일 수도 있고, 출장 이동 일 수도 있겠네요.


방송으로 기차 탑승예절 안내에도 여전히 큰소리 전화 통화로 민폐를 끼치는 분들이 사라지지 않아 분노를 자아내기도 하는 열차칸은 여러 세월 동안 변화가 많았습니다.


대학 다닐 때만 해도 기차 내에서 흡연이 가능했다는 주장은 믿지 못할 전설이 되었고, 칸내에서 팔았던 간단한 간식거리도 사라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엄청난 속도의 기차가 도입된 것이 혁명과 같은 변화였습니다. 비둘기호는 겨우 오래전 추억 소환용 단어가 되었고 무궁화호는 간간히 볼 수 있곤 합니다.


기차를 타면 그 시간만큼 온전한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계절마다 달라지는, 창밖으로 지나치는 풍경을 감상할 때는 낭만이라 하겠습니다. 출발할 때와 점차 달라지는 기후, 눈, 비, 바람, 계절을 보고 느끼는 감성도 만만찮은 즐거움 이랬죠.


빨리진 특급 기차만큼 보다 휴대폰의 발전 속도가 눈부시게 되었습니다. 너튜브라는 매체는 두세 시간여의 시간을 지겹지 않게 순식간에 삭제시켜 버리는 마술을 부립니다. 편리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지루하지 않은 시간의 대가는 창밖을 볼 필요성을 없애버린 셈입니다. 더 이상 창밖을 보며 멍 때릴 수가 없는 환경이 되었단 말입니다.


점점 빨라지는 세상과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신문물의 편리함에 익숙해지고, 재미만을 쫓아다니다 많은 것을 잃고 기억 못 하고 살아가나 봅니다. 그중 하나, 점점 속도가 붙어가는 기차와 휴대폰에 우리의 낭만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일 수 있겠지만

우리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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