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 김춘식 Jul 13. 2024

마음씀, 한결같은 바람

그만한다지만,

냉방기(에어컨) 가동 30분 여가 지나지 않았는데 세숫대야에 응축수가 순식간에 채워지는 것이 보고 있으니 이 놈의 7월 날이 습하고 덥긴 한 모양입니다.


잠시라도 버티기도 힘든 날씨에 대부도 농장에서 뻘뻘 땀을 흘려가며 블루베리를 따는 분이 있습니다. 블루베리, 이게 참 힘들게 보이는 것이 한여름에 수확이 됨으로 더위, 습도, 모기, 쐐기(쏘는 벌레)와 싸워야 하는 극한작업의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부산에서 손님이 온다 해 블루베리 10통을 부탁했습니다. 대부도 청정 해풍 맞고 자란 무농약이라 선물로는 나름 의미를 더하겠지만 더위에 따시는 분에게 미안한 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인기회(찬스)로 미안하게, 고맙게 값을 깎아준다 합니다.


잘잘한 거는 냉동해 두었다 갈아먹기로 하고, 알이 큰 것을 골라 손님들에게 드리기로 하고 냉장고 깊숙이 넣어 두었습니다. 각각 한 통이라 인천서 부산역까지 한분이 희생한다 쳐도 역에서 집까지는 개별로 가져가야 할 것 같아 편의점에서 재 활용 비닐봉지 8개를 구입했습니다.


비싸지 않은 작은 과일 한 박스가 생각만큼 여러 마음씀이 들어가네요. 더위를 먹어야 했고, 적은 게 모여 목돈이 되고, 선별하여 냉장고에 넣고, 시간 내어 편의점에 봉지 사로 가는 귀찮은 일을 했고, 또 월요일은 운반을 하고 전달해야겠지요.


걱정입니다. 괜한 일이 될까 봐서요. 겨우 블루베리 한통으로 생색을 내는 것인가 싶어서요. 맛이 없을까 봐서요. 상할까 봐서요. 들고 가기 귀찮아할까 봐서요. 배려가 상대편 입장에서 굳이 왜, 귀찮게 가 되어 버리면 오지랖이 되거든요.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 맹세, 다짐을 하면서도 다음날이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오지랖은 언제 멈추어 질지 모르겠습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훨씬 보람되는 일이긴 하지만 늘 주는 것만큼 바라는 것 없이 고마움에 대한 마음씀으로, 진심이 오도되지 않고 잘 전달만 되었으면 하는 바람만은 한결입니다.


적은 알, 큰 알


봉투 구입
매거진의 이전글 300, 스파르타가 아닙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