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망자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고통이 없는 곳에서, 아픈 곳이 없는 곳에서 편히 쉬라고 합니다. 하아, 이게 요사이 공감이 됩니다.
속사정 알고 보면 걱정근심 없는 집이 없다 했고. 부부간, 자식, 형제, 부모, 친척 모두 안 아픈 손가락이 없으며, 하나쯤 숨겨둔 지병으로 고생하는 고달픈 인생을 산다는 것이지요.
37년째 아파온 병, 어떨 땐 살아도 산 게 아닌 말 못 할 고통을 참고 살아온 세월입니다. 언제나 병원에서의 이상 없음이란 진단에 절망하여 왜 이상 없는데 아프냐고 의사에 따지면, 보통사람보다 예민하다는 검증되지 않은 답변과 처방전만 던져줍니다. 한 보따리 가슴 가득 들고 오는 약봉지에 기대해 보지만 약발은 늘 배신입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아픔에 들린 곳 한방병원, 인상 좋은 의사 선생님은 침 세 곳을 말씀하시고, 발가락엔 위장, 손가락은 신경과 스트레스 완화, 배에는 치료 침을 놓았습니다.
오호라 이게 마술인가요? 순식간에 수년 지속된 불편함이 사라지고 편안함을 느끼다니요. 병원을 나오면서 아픔에서 벗어난 행복감에 진짜 눈물이 고였습니다. 일시적 완화라 해도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며칠 더 다녀야 한다네요. 살면서 돈이 문제가 아니란 생각을 할 줄 몰랐네요. 이 느낌이 수년간 괴롭힘에서의 해방이라면 죽음이란 게 편안할 것이란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사무실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일중독이냐고? 일중독은 모르겠다 하고, 바쁘다 일 많다는 말을 달고 다니면서 일을 즐기는 것 같아 보인다 합니다. 솔직히 속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합니다. 이 지경이 되고 나서 이제야 보직을 위해 이 짓을 하는 것인지 고가를 잘 받기 위해 이 짓을 하는 것인지 스스로 물어봅니다. 둘 다일까요? 과연 인생에서 남는 것이 돈일까요? 남들에게로부터 잘 받은 평가일까요?
이제 세상일을, 생각을 잠깐 내려놓고 해방되어야 할 시기가 아닐까요. 제발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며칠간 부지런히 병원에 가야 합니다. 할렐루야, 나무관세음보살, 살라 마리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