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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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갔다. 그것도 모임 하루 전에 휴가를 내서. 1주일 전까지 갈까 말까 망설이다 오랜만에 여유를 가져보는 거도 나쁘지 않단 생각이 결정을 한 동기가 되었다. 금요일은 절친들과 자갈치에서 대방어 회동을 하고, 다음 날 토요일은 동호회 모임에 합류하기로 한 큰 그림이었다.
동호회 모임은 늘 설렘과 편안함이 있더랬다. 좋아하는 것이 같은 사람들의 순수 수다 모임이니까 부담은 영이다. 그냥 좋다. 그날은 평소 수도권 모임보다 더 많은 분들 15명이 부산에 집결했다니 믿기 힘든 대단한 일이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벌이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없다 것을. 비록 처음에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시작한다 해도 금방 초심을 잃고 즐겁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잘하는 것(직업)과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취미)은 확실히 구분된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인생의 고단한 길에 가끔 기름칠, 윤활을 해줄 수 있는 일이 취미란 뜻이다. 취미를 프로로 반대인 말로 해석하자면 돈을 만들기보다는 즐거움(자기만족)이 최종 목표라 할 수 있겠고, 뜻을 같이 하는 모임은 대충 해도 재미가 있다
집결지인 영도 라발스 호텔에서 만나 출석점검 후 본격적인 사진 놀이를 시작한다. 영도 깡깡이 마을을 지나 흰여울문화 마을이 목표다. 부산에 가면 늘 시간을 쪼개어 사람을 만나고 저녁을 먹고, 올라오는 기차 시간에 쫓기어 다닌 것에 익숙해하여 여태껏 몰랐던 여유로움이 너무 좋았다. 만나자 하는 사람도 업무로 신경 쓸 일 없이 그냥 앞분을 걸음걸이를 따라 맞추면 될 뿐이며 걸음걸이 속도가 비슷한 회원님과 이저 이야기로 조잘되며 공감하면 되더라.
중간중간 배와 영도 조선소의 이야기를 설명해주려 했지만 그들은 아예 관심도 없고 그냥 보이는 데로 단순하게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듯했다. 신기하고 웃기는 게 모두들 사진놀이보다는 산책하고 노는 활동에 집중하는 것 같지만 나중 언제 그랬냐는 듯이 좋은 사직 쭉쭉 뽑아낸다는 것이다.
바쁘게 움직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게 있다. 조금 사는 것이 지쳐진다 할 즈음에 하고 싶은 거 하나쯤 시작하여 함께 한다면 잠깐의 쉼과 느린 여유가 힘든 일을 덜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부산에서 잠깐 멈추어도 보았고, 천천히도 가보았고,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도 보았다. 빠르다 바쁘다보다 느리다 여유롭다의 가치를 알게 된 하루는 즐겁기만 하였다.
필름사진, 2024.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