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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Dec 21. 2024

주는 대로 쳐드세요

반찬투정이 아닌데 ㅡㅡ

요사이 부쩍 집 식탁 국물음식이 짜졌다. 집안 조리사의 간 조절 방법이 바뀌었거나 세월의 탓은 아닐 것이다. 본인의 나이가 들어감에 필연적 찾아오는 신체적 노화가 합병적으로 찾아오는 여러 건강이상에 대한 자기 합리화 수단의 느낌이 아닐까 생각한다.


혈압고저, 고지혈증 숫자 등 각종 건강지표 이상에다 몸 여러 곳에서 아우성들이라 그 세월의 변화에 아직 순응하지 못해 짠 음식에 대한 편견이 예민하게 반응한 핑계 더 하였으리라.


한겨울 12월, 아침식탁에 꽤 정성 들인 냉이 된장국이 차려졌다. 그러고 보니 어제저녁부터 냉이 손질에 부지런한 손놀림을 목격하였다. 나물 다듬는 게 칼질, 손질이 많이 가는 일이라 매우 귀찮은 일이지 않나?


국 한술에

"윽, 짜다. 물 좀 부어도 돼?"

반사적 말이 튀어나온 게 순식간 벌어진 일,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말에 순식간에 어색한 식탁 상황이 되고, 창백하기 까지로 변한 얼굴색에 출근 문을 나설 때까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쁘기도 했지만 아무튼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늦은 톡을 보냈다. 답은 역시 예상과 같이 반찬 투정이 원인과 결과가 맞았다. 어쩌나 싶어 최근 건강 변화를 나름 소명을 겸해서 미안함과 함께 전달하고, 향 후 해결책에 대해 모른 척 은근 물었다.


1. 짜다 말하고 먹지 않는다

2. 짜다 말하고 추가 조치 후 먹는다

3. 아무 말하지 않고 아무 일 없는 듯 먹는다

4. 아무 말하지 않고 안 먹는다


2, 3분간 답이 없더니 선명히 찍힌 톡 화면은

"3번"

어떤 합의점을 보려고 내심 2, 1번 정도의 답을 기대했지만 역시 이 문제는 어떤 구실도 먹히지 않는 해결책이 영(Zero)의 문제였다. 합의점이라니 가당치도 않았나?


아침에 내심 소리치고(샤우팅) 싶었던 말이 이거 아니었을까?

"주는 대로 쳐드세요"

그러고 보면 아침 재앙이 아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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