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시 Jan 31. 2019

이효리는 아니지만

제주에서 나를 만나다 中

눈부신 바다 위에 하염없이 아름다운 그녀가 바다 위로 미끄러지듯 걷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TVN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패들보드를 타며 아름다운 제주의 석양을 보여준 적이 있다. 제주여행을 떠나며 가장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스탠드 업 패들보드, 바로 SUP를 타보는 것이다. 발이 닿지 않는 바다에서도 즐길 수 있고(물에 빠졌을 때는 물에 뜨는 패들보드를 지지하면 된다) 속도가 빠르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었다.

까맣게 그을린 탄탄한 몸매의 강사님은 그곳을 일순간 하와이로 만들어버렸다. 멋진 자세와 속도감 있는 파도타기로 제주 바다를 더욱 아름답게 했다. 육상에서 기본 동작과 패들을 이해하는 이론을 배우고 우리는 조심스럽게 바다로 들어갔다. 보드 위로 올라서는 법, 앉았다 일어서는 법, 직진하거나 회전하는 법을 익힌 후 바다 여기저기를 자유롭게 미끄러져갔다. 그러다 파도가 다가오면 파도를 등 뒤에 두고 파도가 달려갈 방향을 향해 미끄러지다 파도 위로 보드를 띄워본다. 온전히 파도에 보드를 실었을 때 진정한 자유를 맛보게 된다는데 2시간 강습으로는 그 자유를 만나지는 못했다.

발이 닿지 않는 바다에 빠졌을 때는 누구나 두렵다. 그러나 패들보드를 즐기는 동안에는 깊은 바다가 두렵지 않았다. 한 발은 보드에 묶여있어 보드와 내가 멀어질 리 없고, 보드는 항상 물에 뜨고 넓기 때문에 내가 부력의 조력을 받으면 쉽게 보드 위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패들보드는 느리기만 할 줄 알았는데 막상 타보니 거친 파도를 탈 수 있고 스피드도 상당했다. 패들보드 위에서 바다 위를 미끄러지거나 넘어오는 파도에 몸도 맡겨보고, 아찔하게 기우뚱거려 보기도 했다. 이효리는 아니었지만. 나름 드라마틱했다. 함께 한 커플들도 달달했고.

작가의 이전글 섭지코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