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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시 Jan 31. 2019

쓰레기 정거장

제주에서 나를 만나다 中

제주의 거리는 비교적 깨끗했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도 관광객 수를 생각하면 상당히 깨끗한 편이었다. 특이한 건 곳곳에 쓰레기 정거장이 있어서 집 앞에 쓰레기를 내놓는 게 아니라 정해진 쓰레기 정거장에 분리 배출을 해야 했다.

나는 빌라에 산다. 세입자는 없고 모두 주인 세대로 여덟 집이 함께 산다. 그만큼 매일 많은 쓰레기가 집 앞에 쌓인다. 재활용 쓰레기는 분리 배출이 잘 되거나 일반쓰레기봉투에 잘 넣으면 다행인데 크기도 제 각각인 불투명 봉투에 음식물을 씻어 내지도 않은 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모두 자기 집에서 내놓은 쓰레기는 아니라고 하고, 건물 대표를 맡았다는 이유로 나는 거의 매일 아침 집 앞 쓰레기를 정리한다.

 게다가 바로 옆은 편의점이다. 멀리서도 쓰레기가 모인 집안의 광경이 잘 보이는 곳이다. 누가 버렸을지 알 수 없는 냄새 가득한 쓰레기를 매일 집 앞에서 봐야 하는 것도 괴롭지만 그것을 직접 치워야 하는 것도 참 괴롭다. 우리 집 얘기만은 아니다. 몇 해 전에는 마을 곳곳에 쓰레기가 바람에 날리거나 바닥에 나뒹굴지 말라고 쓰레기 울타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어느새 그곳은 쓰레기 배출방법을 무시하고 마구 버린 쓰레기로 쓰레기통이 되었다.

 좋은 취지로 무언가를 만들어도 그것을 쓰는 사람들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그것마저 그냥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제주의 쓰레기 정거장은 깨끗하고 분리 배출이 잘 되어있었다. 제주 사람과 우리 동네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마을 자체가 먹고사는 터전이라는 차이가 아닐까? 마을에서 살다 보면, 마을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을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마을을 변화시키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우리 마을에 오래 머물고 싶은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마을을 가꾸고 살피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을이 되고 마을이 곧 일터고 삶터가 되려면 우리는 무엇이 필요할까? 쓰레기를 보고 나는 또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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