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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시 Jan 31. 2019

카페루시아

제주에서 나를 만나다 中

고요한 마을 너머 깊은 바다를 마주한 카페루시아는 돌계단이 얹어진 잔디밭 위에 야외 테이블이 낭만적이다. 야외 테이블에는 파란 눈에 금발머리 두 남자와 나이 지긋한 중년부부가 바다를 응시하고 있어 이국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마주한 바다는 요란한 해수욕장이 아니라서 잔잔한 듯 매서운 검은 바다가 한가득 보이고 간혹 성난 파도가 힐끔거렸다. 저 멀리 손끝에 걸린 섬은 가보고 싶은 미지의 곳이라도 되는 듯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입가의 미소를 머금게 했다. 카페루시아에서 창 밖으로 보이는 전경은 왼쪽부터 마라도, 가파도, 형제섬, 송악산, 모슬포, 용머리, 화순항, 박수기정이 이어졌다. 우리의 삶도 쭈욱 늘어놓으면 꽤 괜찮지 않을까? 순간순간은 매번 구질 거려도 일생을 돌아보면 그런대로 잘 지내온 것도 같다. 비록 내 통장은 가볍지만 다음달이, 내년이 걱정되긴 하지만 내일은 여전히 제주를 여행할 거고 오늘도 나는 무수한 도전을 해내고 있다. 이만하면 제법 괜찮은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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