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시 Mar 27. 2020

기본소득은 불가피한 선택

마흔이면 알게 되는 것들

두 아이를 키우고 중소도시 작은 빌라에 살고 있다. 맞벌이의 형색이나 통장는 외벌이만 못한 삶이다. 그렇다고 열심히 살지 않는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컴퓨터앞에 앉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통장잔고가 늘 아슬아슬하다.


우리 부부는 15년 넘게 회사생활을 해왔지만, 지금의 삶과 좀 달랐냐하면 뭐 그런것도 아니다. 늘 쪼들리고 불편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1인당 100만원씩 기본소득이 전국민한테 주어진다면, 나는 계속 일을 할까? 누군가는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어나거나 물가가 폭등하여 기본소득의 폐해만 가득할거라고 했던 기억이 나서다.



우리 가족을 예를 들면, 4명이니깐 월 400만원이 기본소득이 되겠다. 우리집은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정비가 250만원정도 된다. (고정비 : 대출금, 어린이집 원비, 방과후프로그램, 공과금, 통신비, 식재료비 등) 그러고 나면 150만원 정도가 남을텐데, 가끔 영화도 보고, 외식도하고, 계절이 바뀌면 옷도 사고, 금새 커버린 딸 아이 침대도 바꿔주고 하려면 충분한 돈은 아니다. 물론 저축이나 투자를 고민할 예산도 못된다. 그렇다면 나는? 아마 그동안 하고 싶었으나 돈을 벌기 위해 하지 못했던 그런 일에 도전해 보지 않을까?


미뤄둔 꿈을 이루며 행복감을 느끼고, 그것이 다시 수익이 된다면 그것도 즐거울 일이다. 기본소득 400만원을 받았으니 더이상의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을 접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2020년을 살아가면서 4인가족의 월 400만원은 최소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지 갑자기 부자가 된 듯한 일확천금은 아니기 때문이다.



20세기에 인기였던 직업들 중 상당수가 21세기에는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빠르게 올것이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조차 내 아이들 시대에는 기계가 대체할런지 모른다. 이제까지 국민을 노동의 주체, 의무의 주체, 납세의 주체로 강조되어왔다면, 이제는 국민을 소비의 주체, 권리의 주체, 복지의 주체로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말로 노동을 신성하게 바라보며 살아온 인류의 역사가 길지만, 지금의 시대는 더이상 과거의 노동이라는 개념으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 시대다. 많은 국민이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에만 중점을 두지 말고, 국민들의 소비를 통해 국토의 미세한 곳까지 돈을 돌게 하는 것이 탄탄한 국가, 유연한 국가로 가는 길이 아닐까?



1인 기본소득 100만원 지급시 그동안에 여러 가지 복지로 제공되던 것들은 정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더 얼마나 가난한지를 증명하는 복지의 방식이 아닌 국가의 근간을 지키는 경제의 방식으로 기본소득이 재논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기본소득을 통해 삶의 기본을 보장받고 창의력을 발산하며 미래를 그려나가볼 수 있다면 그것보다 행복한 삶이 또 있을까? 더이상 아파트시세, 주식시세를 매일 체크하며 아둥바둥 살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빚내서 아파트 사고 빚내서 주식사며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는 것이지 수백억을 가지려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를 살면서, 기본소득은 어쩜, 거스를수 없는 대세인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가짜 뉴스로 돈 버는 유튜브 보수 채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