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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백필름 Aug 13. 2023

일 잘하는 직원과 스마트한 직원, 그리고 고양이 손

면접을 2명 봤다. 두 친구 모두 마음에 들었다. 한 명은 일을 잘할 것 같았고, 한 명은 스마트해 보였다. 면접이 끝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일을 잘하는 것과 스마트하다는 것의 차이가 뭘까? 2명 모두 채용할 경우 누가 더 큰 성과를 낼까?


일을 잘하는 모든 사람이 스마트하지는 않다. 반대로 스마트한 모든 사람이 일을 잘하는 건 아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며, 스마트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기업은 언제 어떤 사람을 채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일까?


일을 잘한다는 건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보통 일을 잘한다는 건 아래와 같은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 주어진 역할을 수행해서 기대했던 성과를 일구어 낸다.

- 업무의 궁극적인 목적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이를 이행한다.

- 효율적으로 업무를 한다.

- 정해진 마감일을 철저하게 지킨다.

- 문제를 잘 해결한다.

- 고지식하지 않고 융통성이 있다. 

- 영향력에 따라 우선순위 설정을 잘한다.

- 성실하고 끈기가 있다.


사람마다 조직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의 정의는 다르겠지만 위의 같은 의미를 포괄적으로 담으면 아래와 같이 정의할 수 있겠다. 


'어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주어진 미션을 원하는 목적에 맞게 계획한 날짜까지 효율적으로 자원을 사용해서 성실하게 업무에 임해서 마침내 성과를 만드는 내는 것' 


보다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기대했던 결과물을 효율적으로 성취하는 것'


그렇다면 스마트하다는 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 복잡한 개념을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정리한다.

-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해서 역산으로 현재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추론한다.

- 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창의적인 해답을 찾는다.

-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하며,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다. 

- 다방면에 지식이 풍부하다. 

- 수리적인 능력이 뛰어나다.


스마트하다는 건 지능이 높다는 의미를 포함하긴 하나 그 외 뜻도 함축하고 있다. 똑똑하다는 말과 약간의 어감 차이는 있으나 거의 유사하다.  


스마트하다는 걸 위의 근거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현상을 쉽고 빠르게 이해하며 이를 근거로 미래를 예측해서 현재의 문제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푸는 것'


요약하면 아래처럼 되겠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창의적인 능력' 


이러한 정의를 토대로 일을 잘하는 것과 스마트하다는 걸 한번 비교해 보았다.

1. 시제

- 일잘함 : 현재 중심.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임무를 잘 수행함.

- 스마트 : 미래 중심.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


2. 관점

- 일잘함 : 수동적.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 

- 스마트 : 능동적. 스스로 문제를 찾는 능력.


3. 문제

- 일잘함 : 문제를 잘 해결함

- 스마트 : 문제를 잘 발견함


4. 태도

- 일잘함 : 성실하고 꾸준하며 강인함 태도 보유

- 스마트 : 해당 사항 없음


 회사를 창업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물류팀장은 수시로 일본 속담을 입에 달고 다녔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습니다'


배송 직원은 적었고 판매량은 빠르게 늘고 있었다. 당일에 포장해야 할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 숨을 헉헉거리며 뛰어다니다가 나를 만나면 꼭 저 말을 하곤 했다. 근무환경이 열악해서 알바 채용도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당시엔 정말 고양이 손이라도 있으면 도움이 될 거 같았다. 당시 우리가 찾는 인재상은 신체 건강하고 '내일도 출근'하는 직원이었다. 지시한 업무를 시키는 그대로 이행하는 게 인재상이었다. 스스로 생각을 하기보다는 알려준 방법 그대로 실행하면 고양이 손이라도 괜찮았다. 


회사가 점점 성장하면서 고양이 손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업무를 맡기면 책임지고 그 업무를 이행하는 '일 잘하는 사람'이 필요해졌다. 성실함보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직원이 더 인정받았다. 고양이 손보다는 미키마우스처럼 요령껏 일하는 게 필요했다. 업무는 주어져도 해결 방법까지 제공되진 않았다.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게 '일 잘하는 인재'였다.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과거 '최고의 인재'들은 더 이상 인정받지 못했다. 한 때는 성실함만으로 칭찬을 받았으나 그 가치가 퇴색되었다. '효율'과 '요령'이 더 인정받는 방식으로 회사는 변해갔다.


그렇게 '일 잘하는 직원'들의 세상이 새롭게 열렸다. 주어진 미션을 각자의 방식으로 잘 해결하면 연말에 보너스도 받고 우수 인재로 뽑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지식도 배우고 다양한 가설을 세워서 직접 검증도 했다. 가끔씩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지만 해결 방법을 찾는 과정 자체가 빛났다. 인사평가 시즌이나 회식 자리에서 '누구누구가 일을 잘한다'면서 서로의 업무 역량을 평가했다. 다들 '일을 잘한다'는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다가 회사가 조금 더 성장하자 '스마트한 직원'이 간혹 입사했다. 처음에는 일 잘하는 것과 스마트한 게 비슷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둘은 공통분모도 있긴 했지만 명백하게 다른 개념이었다. 아예 종이 다르다. 앞서 살펴본 개념적 정의에 이어 현업에서 느끼는 실무적인 차이는 더 크다. 체감상 크게 5가지가 다르다.  비약이 좀 있다.


우선 일 잘하는 직원은 문제 해결에 능하다. 주어진 과제를 잘 해결한다. 본인이 해결하기 힘든 수준의 과제가 주어지면 간혹 컴플레인을 제기한다. 반면 스마트한 직원은 문제 제기에 능하다. 현재 상태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날카롭게 지적한다. 해결은 본인이 할 수도 있지만, 그건 다른 사람의 영역으로 넘길 때가 더 잦다. 문제를 잘 캐치하기 때문에 때론 기존 구성원들과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원만하게 잘 진행되고 있는 프로세스에도 문제를 찾아서 이의 제기를 한다. 해결은? 그건 그다음 문제이고. 경영진 입장에서는 솔직히 좀 피곤한 스타일이다. 


팀워크 부분도 다르다. 일 잘하는 직원은 일 못 하는 직원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본인이 하기 싫은 반복적이거나 영향력이 적은 업무는 역할 분담을 해가면서 효율적으로 팀의 자원을 활용한다. 세상에 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저마다 강점이 다른 걸 인지하고 있다. 스마트한 직원은 스마트하지 않은 직원을 답답해한다. 동료들이 왜 이렇게 무식한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비슷한 수준의 동료와는 죽이 잘 맞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들은 무시해서 종종 갈등이 생긴다. 특히 이해력이 부족한 동료와는 협업 자체를 회피한다. 갑갑함을 참지 못한다. 


충성도도 다르다. 일 잘하는 직원은 애사심이 깊다. 우리가 원팀인 걸 인지하고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함께 배를 저어서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쳐 있다. 최선두에서 힘껏 노를 젓는다. 배가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할 것 같더라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스마트한 직원은 손쉽게 이직한다. 회사가 비전이 없거나, 동료가 스마트하지 않거나, 대표가 아둔해 보일 경우 미련 없이 새로운 배로 갈아탄다. 스마트한 직원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이 멤버들과 이 배로 목적지까지 못 가겠다는 판단이 들면 그 즉시 다른 배로 갈아탄다. 동료의 스마트함도 필요하지만 의사결정권자인 대표가 멍청하다고 판단하는 순간 가차 없이 떠난다. 


일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일을 잘하는 직원은 부지런하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업무에 성실히 임한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100% 활용해서 성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필요할 경우 야근도 불사한다. 반면 스마트한 직원은 게으르다. 일하기 싫어한다. 본인이 갖고 있는 역량으로 최대한 손쉽고 편하게 일하려고 방법을 강구한다. '노가다'를 하지 않으려고 머리를 쓴다. 본인의 재능 중 문제 해결에 딱 필요한 만큼만 자원을 쓴다. 꾀를 부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쨌든 성과는 비슷하게 낸다. 


그렇다면 기업은 일 잘하는 직원을 채용해야 할까? 스마트한 직원을 채용해야 할까? 우리 비즈니스가 순항 중이라면 무조건 일 잘하는 직원이 최고다. 매 순간 예상되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일 잘하는 직원이 보배다. 그들이 단단하고 탄탄하게 기업을 성장시켜 나갈 것이다. 굳건한 믿음으로 강한 팀을 만들 것이다. 좋은 태도와 바른 인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조화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순항 중인 비즈니스가 없다. 한두해 잘 나가더라도 금방 위기가 찾아온다.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비즈니스가 예상치 못한 문제에 맞닥뜨리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 내년에 또 어떤 어려움이 찾아올지 예측하기 힘든 럭비공 같은 세상이다. 변화의 속도도 지나치게 빠르다.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게 스마트한 직원이다. 불화가 조금 생기더라도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미래의 변화를 세밀하게 예측해해서 창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재해석하는 것. 한 치 앞도 모를 요즘 같은 세상에는 스마트함이 강력한 무기가 된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일반적인 회사가 스마트한 직원들로만 채우는 게 가능할까? 이는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득 보다 실이 많다. 일 잘하는 직원으로만 100% 구성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채용공고를 올려도 입사지원서류 몇 장 들어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내가 바라는 이상적은 구성은 다음과 같다. 스마트한 직원 10%, 일 잘하는 직원 20%, 잠재력을 갖춘 직원 70%. 이 정도면 현실 가능한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10%의 스마트한 직원이 배에서 떠나지 않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10%의 스마트한 직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20%의 일 잘하는 직원이 핵심 문제를 푸는 해결사 역할을 하며, 70%의 잠재력 있는 직원이 디테일을 챙겨 목적지로 항해하는 그림이다. 


앞서 면접에서 만난 일 잘할 거 같은 이와 스마트해 보이는 이는 실제로 일해보면 어떨까? 면접에서 받았던 인상이 현장에 적중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건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2명의 구직자 중 한 명은 일을 잘할 거 같고 한 명은 스마트해 보여서 그냥 기분이 좋고 기대가 된다. 어쨌든 '고양이 손'이라도 아쉬웠던 과거를 딛고 이러한 훌륭한 인재를 만나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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