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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백필름 Nov 03. 2024

보람 반 스푼, 보상 반 스푼

직원들 동기부여 관련해서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크게 2가지 부류로 나뉜다. 돈으로 보상하는 게 중요하다는 측과 사명감이 더 중요하다는 측. 


나는 처음에는 돈으로 하는 보상이 중요하다고 철석 같이 믿으면서 회사를 운영했었다. 하지만 경영서적과 컨설팅, 리더십 강의를 통해 미션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하지만 막상 사명감을 부여하고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는 조직 문화를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해 봐도, 보상이 뒤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뒤로 나는 보상이 중요하니, 사명이 중요하니 라는 정답 없는 대화에 잘 끼지 않는다. 보상의 중요성이 절반, 사명의 중요성이 나머지 절반인데 '어떤 게 더 중요하냐'라는 논쟁 자체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식의 답 없는 질문이다. 보상과 사명 모두 중요하며,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게 정답이다.  


15년 전인 2008년쯤일 게다. 중국에서 무역을 할 때 한 바이어가 인형을 수입했는데 나날이 그 물량이 늘었다.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보니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에 인형을 납품하고 있었다. 들어 보니 상당히 큰돈을 벌고 있었다. 그분이 게임기를 같이 만들어서 한국에 유통하자는 제안을 했다.


밤에 침대에 누워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돈을 버는 건 좋은데, 큰돈을 버는 건 좋은데,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바다이야기는 너무 나간 거 아닌가. 앞으로도 이런 유혹들이 수없이 많을 텐데,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의 기준을 세워야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거 같았다.


그때 세운 기준이 '내 아이가 친구끼리 혹은 선생님께 아빠 뭐하는지 얘기할 때 자랑스러운 일'만 하자는 거였다. 아이에게 부끄러우면 아무리 돈이 되더라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바다이야기는 절대 자랑스럽지 않다. 이러한 원칙을 확고하게 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 그분께는 사정상 더 이상 인형을 납품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하고 다른 업체를 알아보라고 말씀 드렸다. 


반대로 대학 시절 야학이니 농활이니 NGO 활동이니 여기저기 많이 쫓아다녔지만, 수익이 너무 작아서 흥미를 잃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높은 사명감을 가진 분들은 저임금으로도 뚜벅뚜벅 갈 길을 헤쳐나가겠지만, 나 같은 범인은 적절한 보상이 뒤따르지 않으면 금방 열정이 식는다. 


최근 회사 내에 채용이 한창 진행 중이다. 어떤 지원자는 연봉에 더 연연하는 거 같고, 어떤 후보자는 비전을 더 크게 보는 거 같은데, 결국 기업은 이 둘을 절묘하게 잘 조합한 레시피를 제공해야 입맛 까다로운 인재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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