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을 마중하러 가자
비가 그친 후 촉촉한 숲 속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메마른 가지 사이로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하나 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홀로 고독을 지키며 누군가의 인기척을 애처로이 기다리는 모습은 마치 나를 닮은 듯하다.
지난겨울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에도 꿋꿋하게 잘 견뎌온 가녀린 몸짓에 봄바람이 불어오자 수줍은 듯 살포시 꽃을 피우고선 나에게로 온다.
나는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에게 다가가 가벼운 입맞춤을 한다.
달콤한 향기가 메마른 감정 안으로 들어올 때 잠자던 나의 그리움이 싹트면서 다시 사랑을 꿈꾼다.
보드라운 꽃잎이 얼굴에 닿자 냉랭하던 나의 가슴은 마치 애틋한 사랑이라도 만난 듯 꿈틀거리며 반응한다. 한 잎 두 잎에 머문 사랑스러움을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내 안에선 하나의 옹달샘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남아 있는 나의 삶에 확실한 마중물이 될 것만 같다.
어느새 갈급한 내 영혼엔 충만한 만족감으로 채워지고, 공허한 삶의 한 자락에 간간이 찾아오던 허무함은 마침내 길을 잃고 만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내가 원하던 삶이지 싶다.
진달래와 마주한 그 길 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보이지 않는 욕심을 이젠 내려놓으려 한다.
그러곤 그가 주는 평온함을 마음에 담아 모두가 함께 걷는 꽃길을 만들고 싶다.
앙상한 가지 위에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당당한 자신감을 피워내던 봄꽃길 말이다.
저만치 새싹이 고개를 내밀기 전 한걸음 먼저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