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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THANKFUL)

다른 사람이 베푼 도움에 대해서 고맙게 여기는 상태

by 이엔에프제이

지금 떠오르는 가장 고마운 것은 무엇인가요?

감사라는 감정은 그 순간엔 잘 느껴지지 않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조용히 문을 두드린다. 마치 이미 지나가 버린 계절이 갑자기 생각나는 것처럼.

예전엔 감사해야 할 일들을 애써 목록으로 만들었다. 건강해서 감사하고 가족이 있어서 감사하고 오늘도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면 내가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의 감사는 늘 숙제 같았다. 마음보다 머리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다르다.

크게 잘못된 일이 없는데도 괜히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 있다. 아무 일 없이 하루가 흘러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숨이 길어지는 날. 그런 날엔 문득 감사라는 감정이 설명 없이 스며든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제와 같은 통증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에 먼저 짜증이 났다가 그래도 움직일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옮겨갈 때.

은행 창구에서 낯선 사람이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을 때.

늦은 밤 불이 켜진 빨래방 안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오늘도 여기까지는 왔구나 하고 혼잣말을 했을 때.

그런 순간들 앞에서 나는 비로소 고개를 숙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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