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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Mar 07. 2020

두 돌을 기념하며

딸이 태어나면서 기념하고 싶은 날이 있으면 집 근처 작은 사진관에 가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가족사진도 네 명 이상이면 찍을 수 없는 그런 작은 공간의 사진관에서 이번에는 얼마 전 두 돌을 맞이한 딸과 함께 가족사진을 한 장 남겨두기로 했다.


남편은 출근을 하니 매일 단장을 하지만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나에게는 참으로 오랜만의 단장이었다. 나름 얼굴에 칠도하고 머리 손질도 정성껏 하고.. 과거 직장을 다녔을 때의 나처럼 그렇게 준비를 했다.

가족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핸드폰 어플의 힘이 빠진 순수한 사진작가의 카메라 속에 담긴 내 얼굴은 왠지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나이가 드는 거야 당연하다지만 칠을 하고 손질을 했어도 어딘가 추레한 구석이 있어 보이는 내 모습. 그에 비해 아무 단장도 하지 않은 두 돌 딸아이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손가락을 입에 넣어도 자연스럽고, 찡그리면 찡그린대로 웃으면 웃는 대로 그저 아이스러운 모습에 저절로 웃음 짓게 만드는 그 사랑스러움.


그러다가 갑자기 울 엄마 생각이 났다. 

나와 엄마의 체격이 비슷해지던 시점부터였을까. 엄마는 새 옷을 사 오면 항상 나에게 한번 입어보기를 권하셨다. 당연히 내 취향은 아닌 옷들, 그저 나에게는 '엄마옷'일 뿐인 그런 옷을 입혀보고는 항상 같은 말을 했다.

"어쩜, 네가 입으면 뭐든지 다 이렇게 예쁘니? "


이젠 결혼해 일 년에 몇 번 정도만 엄마를 볼 수 있는 나에겐 엄마가 사 온 '새 엄마옷'들을 입어볼 기회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제야 엄마의 저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내가 이제 태어나 겨우 두 돌을 맞이한 나의 딸을 보면서 엄마와 비슷한 감탄을 해보아 그런 걸까? 


요즘은 이상스레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딸과 그의 엄마가 어깨를 마주하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 한 번씩 울컥하곤 한다. 나의 아기도 어느 순간 저렇게 자라 있을 것이고, 그 옆에 나는 저분보다도 더 나이가 들어있겠지. 그리고 나는 또 울 엄마의 뒷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왠지 오늘은 그런 엄마의 옆에 서서 팔짱을 끼고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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