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토리 Apr 28. 2016

전화를 받을수 없는 이유

햄버거봉투를 들고 지하철에서부터 내내 눈물을 흘렸다참았다를 반복했다. 누구보다도 눈물이 나려고 할때 말리는데는 자신이 있는 나였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시골에 계신 할머니댁에 꼭 갔었다. 그리고 나는 아빠가 집에가자.라는 말을 듣고 부터는 내내 눈물말리기 작업에 들어가곤했다. 외할머니의 동네에서 나는 울보라고 소문이 나있었던 상태. 아주 어릴부터 외할머니댁에서 집으로 가야할때 나는 한번도 빼놓지 않고 가기싫다고 엉엉 울었다. 물론 외할머니가 우리집에서 할머니집으로 가겠다고 할때역시 엉엉 울었다. 그래서 외할머니는 항상 나에게 거짓말을 했었다. 학교다녀와도 할머니는 집에 안가고 나를 기다릴거라고.


하지만 외할머니는 그 약속을 지키신적이 없었다. 매번 외할머니와 헤어질때 엉엉 울었을만큼 할머니를 사랑했던 나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그 힘들었던 눈물말리기가 끝난줄만 알았다.


그런데 끝은 없었다. 이제는 결혼을 하게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빠른 기차로도 3시간을 가야하는곳에 친정을 둔 나는 마지막 결혼준비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길에 다시한번 눈물을 참아야하는 그런 상황에 놓인것이다. 이제 나는 어린나이도 아니어서 엉엉 울수도 없는데.........


친정집 다녀오는길엔 어김없이 눈물바람이다. 이번에는 신혼집에 친정부모님과 일주일을 지내게 되었는데, 갑자기 오늘 내려가겠다고 하는 부모님덕에 또 한번 엉엉 울었다. 그 와중에 남편이 좋아하는 햄버거 몇개를 사고 지하철을 타고 그안에서 내내 눈물을 흘렸다참았다는 반복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걸으면서도 눈물은 주루룩 흘렀고, 집에 도착해서는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이렇게 소리내어 엉엉 울수 있는 내집이 있다는것이 새삼 행복해서 또 한번 울었다. 


부모라는 존재는 왜이렇게 슬픈가. 물티슈의 스티커를 찾지못해서 그냥 옆구리를 찢어 사용하는 아빠를 보도 처음에는 웃었다가 내내 슬펐다. 결혼식을 앞두고서 더 늙어보리면 안된다고 관리하시더니, 이제 결혼식이 끝나서 그런가 부쩍 주름이 많아졌다. 그냥 글자로 적는 주름이 많아졌다로는 표현이 안된다. 아.. 저렇게 우리아빠가 늙어가는구나.. 우리아빠는 영원히 우리아빠일줄 알았는데 이렇게 할아버지가 되는구나. 생각하면 목구멍이 쓰릴만큼 마음이 차오른다. 


엄마라는 존재는 그 사랑의 끝은 어디인가. 신혼집에 들어서면서 부터 묵은 빨래를 삶아 손빨래를 해주시고, 내내 집안정리에 마음을 쓰신다. 내딸 조금이라도 힘들지마라고 내내 종종대신다. 이상하게 배가 안고프다는 나에게 이렇게 신경을쓰고 누군가를 챙겨야 하면 배도 안고프다며 잘먹어야한다고잘먹어야한다고....그러는 엄마의 입안은 이래저래 신경쓸일들로 성한곳이 없었다.


까다로워서 어디서도 1박을 못하는 아빠가 이상하리만치 몇일간은 잘 계시길래 이제 우리아빠도 나이드셨나.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놀라게 했는데,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전 "엄마때문에 그래도 몇일을 있었다"라고 말씀하시는 아빠. 결혼하기 전에는 매일같이 산책하고, 마트가고, 수다떨고 가장친했던 엄마와 나. 저 말을 듣고 울컥하더니 머릿속에서 나가질 않고 자동재생이 된다. 


이제 도착하셨는지 전화벨이 울린다. 하지만 난 그 전화를 받기는 틀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의 맛집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