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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르바나 Nov 11. 2022

새-이광석/  개같은 가을이-최승자

[시인과 문예통신] 22. 11. 11(금)


/이 한편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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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광석


새가 우는 소리는

그의 영혼의 가장 깊은 속살을

쪼아대는 언어의 즙이다


새가 나는 공간은

그의 가냘픈 의지가

쌓아올리는 부재의 계단이다


공간을 쪼아 만든 무덤 저쪽

새의 울음소리로 박제된

푸르디푸른 허무의 늪

한 계단 또 한 계단


그렇게 이승의 흔적을 지워가는

새들의 비상

그것은 어둠을 뚫고 치솟는

유배당한 자유의 눈부신 귀향이다.


<시인 약력>

△경남 의령 출생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경남신문 전 편집주필

△시집으로 <겨울나무들>, <겨울산행>, <바다 변주곡>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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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출판 보도기사]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

기청 시인 산문집 '불멸의 새'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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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청 시인 산문집 '불멸의 새'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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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성일 기자 승인 2022년 05월 19일 18시 26분 지면게재일 2022년 05월 20일 금요일 14면 댓글 0기사공유하기

                                         /불멸의 새 표지 // 304쪽 올칼라 종이책/ 전자책

      

시인은 사람들을 대신해 희망을 노래한다. 별을, 영원을 노래한다. 그러면서 때로는 동시대의 아픔을 대신 울어준다.

그래서 시인은 이상(理想)의 새가 되고 현실의 피에로가 되고 길 잃은 자의 등대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시인으로 문예비평가로 다양한 문학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한편으로 치열한 구도(求道)의 길을 가는 재가 수행자로서의 삶은 영성에 이르는 탐구와 대자유를 지향한다. 저자는 여러 권의 시집과 시론집을 내었지만 산문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45년간의 문단활동과 생애를 집약(集約)하는 단 한권의 산문집이다.


이 산문집은 시를 바탕으로 다양한 현실의 모습을 조망(眺望)한다. 서정 에세이, 문화예술 칼럼, 명시의 창조적 재해석. 나를 찾아 떠나는 기행에세이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전개 된다.

그럼에도 따뜻한 휴머니티와 생명존중 공생의 지혜가 담겨있다. 부드러운 감성, 긍정의 시각, 열린 세계로의 모험정신이 녹아있다.

초정 김상옥 시인, 조각가 문신 화백 등 유명 예술가의 미공개 일화, 팬데믹 시대, 빙하기를 맞는 문학 혹은 예술의 희망과 정책 비평, 특히 창작기금 공모제의 체험적 문제제기와 한국의 문학상, 노벨문학상의 ‘빛과 그늘‘을 조망한다.


그 외 ‘두 얼굴의 일본’을 현장에서 느껴본 일본 열도 탐험기, 이육사와 그의 딸 이옥비를 만나는 문학기행, 그리고 ‘잠자는 신들의 나라’ 스리랑카 기행은 우리가 잃어버린 낙원에의 향수를 불러온다.

저자가 살아온 거친 오프로드의 삶, 문단의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에 더 당당하고 정직한, 그의 목소리에서 삶의 위안과 희망, 그리고 열린 세계로의 자유와 모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경북일보 굿데이 뉴스 인용)

(곽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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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약속-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듯

책과 독자가 정신과 영혼으로 만난다

       *인터넷 교보문고 홈검색 <불멸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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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학공간 22. 10월호 원고] 

 

 詩가 있는 산문 18 / 개 같은 가을이 (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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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청 (시인 문예비평가)



이번호에는 ‘가을‘이라는 주제적 시 읽기를 통해 작자(시인)의 개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분석해보기로 한다. 사계 중에서 봄 가을을 주제로 한 시가 유독 많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또 가을 시가 독자들의 가슴에 깊은 공명(共鳴)을 울리는 것은 왜일까? 가을을 읊은 시가 많지만 그 중에서 시인 3인 3색의 작품을 살펴보기로 한다. 60-70년대에 등단한 원로 시인 홍해리 강은교 최승자 시인의 작품을 텍스트에 올렸다.

가을은 특히 여성시인의 감성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먼저 강은교 시인(68년 ‘사상계’ 신인 문학상 당선) 의  <가을>을 보자.


<기쁨을 따라갔네

작은 오두막이었네

슬픔과 둘이 살고 있었네

슬픔이 집을 비울 때는 기쁨이 집을 지킨다고 하였네

어느 하루 찬바람 불던 날 살짝 가 보았네

작은 마당에는 붉은 감 매달린 나무 한 그루 서성서성 눈

물을 줍고 있었고

뒤에 있던 산, 날개를 펴고 있었네

산이 말했네

어서 가보게, 그대의 집으로…>

-강은교 <가을> 전문


우화적(寓話的) 구조와 진술로 이루어진 깨달음의 시다. 때문에 화자(시인)의 말보다 남겨진 여백 혹은 여운을 길게 남기는 교훈적인 작품,

제목이 ‘가을’이지만 정작 가을은 “작은 마당에는 붉은 감 매달린 나무 한 그루 서성서성 눈물을 줍고 있었고” 뿐이다. 그것도 작품의 배경이 아닌 주제를 함축하는 것이다. 감나무가 왜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열매를 익히고 선 나무(할일을 마친 완성의 나무)는 기쁨으로 충만하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눈물‘이란 반전을 통해 예상외의 각성을 촉구한다. 텅 빈 시골집 마당에 우뚝 선 감나무를 상상해 보자. 얼마나 지루하고 허탈한 것인가? 외적인 풍요와 화려험이 오히려 내적인(정신적인) 결핍과 무상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그래서 ’산(화자)‘은 “어서 가보게, 그대의 집으로…”하고 속삭인다. 비현실에서 현실로 돌아가라는 충고다. 때로 사랑하고 미워하지만, 서로를 품어주는 따뜻한 온기와 어울림의 현실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화자가 말미에 남겨둔 여백의 스토리는 읽는 이에게 남겨놓은 선물이다.

다음은 홍해리 시인(69년 시집 ‘투망도’로 등단)의 <가을 들녘에 서서>에 숨겨진 ‘가을’은 어떤 비밀한 것인지 베일을 들추어 본다.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홍해리 <가을 들녘에 서서> 전문

 

간결하고 담백한 선풍(禪風)의 시다. 이 시의 서두를 의미상으로 풀어보면 <눈 먼 자에게는 모두 아름답게 보이고 귀먹은 자에게는 모두 아름답게 들린다>가 된다. 마음의 눈, 마음의 귀는 잡다한 현실이 아닌 본성의 세계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처럼 ‘마음 버리면’(현상의 탐욕을 다 내려놓으면) 텅 빈 마음이 되고 그것은 역설적으로 충만한 행복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을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라고 하여 불교적인 깨달음을 지향한다.

사실 우리가 괴로움이라 말하는 것은 나의 생각이 만들어낸 허구이다. 그것을 마치 실체가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생각(마음)을 내려놓으면 고통도 사라진다. 할 일을 마치고 텅 비운 가을들판에서 얻은 성찰이다. 이처럼 시인의 관점에 따라 눈에 보이는 현상을 통해 내면의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것은 시가 지닌 성찰의 힘 덕분이다.  이번에는 현상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꼬집어 그 숨은 의미를 캐는 시인의 작품을 들추어보기로 한다.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있는 기억의 폐수(廢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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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승자 약력

1952년 충남 연기 출생

고려대 독문과 수학. 1979년 《문학과 지성》으로 등단.

도발적 감각과 자유분방한 언어로 여성성을 탈피했다는 평가.

시집으로 <이 시대의 사>' <즐거운 일기> <기억의 집>

<내 무덤, 푸르고>등 출판, 대산문학상 수상(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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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풍요 뒤에 가려진 정신의 허기  

마지막 희망의 끈, 근원의 바다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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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표현이 과격하고 저돌적이다. 가을을 부정적 냉소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가을은 ‘개 같은‘ ’매독 같은‘ 존재이고 ’죽음‘까지 몰고 오는 재앙으로 파악한다.  화자의 가을은 그냥 오는 게 아니다. ‘쳐 들어온다’고 하여 겨울의 공포를 몰고 오는 적군의 침입으로 간주한다.

우리는 사물의 겉모습만 보고 분별한다. 그래서 가을은 넉넉하고 배부른 풍요의 계절로 착각한다. 하지만 곡식을 베어낸 텅 빈 대지는 얼마나 허탈하고 외로운 것인가?

양지의 사람들이 배부를 때도 음지의 사람들은 허기진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다. 헐벗은 몸뚱이 하나 눕힐 곳을 찾아 ‘말 오줌 냄새나는 봉놋방’을 기웃거린다. 꿈길도 사나와 ‘기억의 폐수’가 흐르는 죽음의 강은 오염과 절망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의 끈은 놓지 않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기적처럼 정신을 차린 화자의 질문이다. 강물은 기어이 바다로 간다. 바다는 삶의 종국의 완성이다. 근원과 하나가 되는 귀결점이다. 철저하게 자신을 죽이고 뛰어넘어야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거기. 절대의 불생불멸의 바다가 되기 위해.   

화자는 가을을 뛰어넘어야할 절명(絶命)의 강으로 보았다. 이런 절망과 피해의식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1983년, 어머니를 여읜 뒤 쓴 ‘죽음에 대하여’에선 “어쩌면 나는 삶의 편에서 죽음을 짝사랑해왔던 것인지도 모른다”고 고백하며 “그러나 내 죽음의 관념은, 어머니의 실제의 죽음을 통해 죽임을 당했다”고 썼다. 그는 죽음에 매혹됐으나 그곳에 머물지 않았다. 절망으로 얼룩진 최승자의 시들은 결국 시대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그를 억누른 지독한 ‘가위눌림’에서 벗어나기 위한 희망의 분투가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하는 사유들이 곳곳에 출몰한다.>

-산문집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비화 중에서


그랬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불운 했다. 어느 날 운명처럼 찾아온 정신의 장애는 그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시를 써야하는 시인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다. 외삼촌의 도움으로 한동안 병원을 들락날락하면서 그는 때로 잊혀진 시인으로 기억되기도 했다.

영향력 있는 미국의 여성 영성가 바이런 케이티(Byron Katie)는 젊은 날의 불운을 딛고 절망의 끝자락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붙잡고 있던 모든 걸 놓아버렸을 때, 그는 구름처럼 가벼운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근원의 바다와 합일을 이룬 것이다.

최승자 시인도 그처럼 빛나는 영원의 바다에 이르기를, 그래서 이 가을 풍요의 축제 뒤에 가려진 우리 정신의 허기와 쇠락(衰落)을 준엄하게 일깨워주기를, 그에게 건강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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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문예통신] 22. 11. 11 (금)



시인과 문예통신] 22. 11. 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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