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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르바나 Jun 27. 2023

6월의 시-김남조, 한미문단 축간사

-저 아마존의 숲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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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문예통신] 23. 6. 27(화)

////// 이 계절의 시 ////////


  6월의 시/ 김남조

6월의 시/ 김남조

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비단인가도 싶고

은물결 금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시인 약력 ///////


김남조(金南祚.1927.9.26∼ )

대구 출생,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졸업.

1950년 [연합신문]에 시 <성수(星宿)>, <잔상(殘像)> 발표,

첫 번째 시집 <목숨>(1953. 25편 수록)을 간행하여 등단.

1955년부터 숙명여대 교수, 동 명예교수.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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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문단 23 여름호 원고

축간사(권두 칼럼) / 저 아마존의 숲이 되어

-기청 (시인 문예비평가)                         



한국문학 미주지회에서 발간하는 대표 문예지 [한미문단] 23. 여름호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그동안 강정실 회장님과의 인연으로 몇 차례 시와 평론을 발표하였고 홈페이지 ‘오늘의 작가’란에도 평론 등을 소개한바 있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딸이 US 에어포스에 근무하고 있어 그곳의 문화와 예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요즘 시대를 흔히 위기의 시대로 표현한다. 위기의 시대에 문학은 무엇인가?

우리는 ‘꿈 같은’ 현실에서 ‘진짜 같은’ 꿈을 꾸며 살아간다.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거리에 뿌연 황사가 숨이 차다. 사람이 사람을 무차별 학살하는 사이버 ‘워 게임‘이 오늘의 문명사회 현실에서 버젓이 자행된다. 전쟁은 인간 포기의 선언이다. 핵 공격 위협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권력의 손끝에 달려있다.

5년 전 타계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1942-2018)박사는 인류가 직면하게 될 재앙에 대해 경고했다. 영국의 BBC 방송과 주요외신을 통해 그가 숨지기 전 언론에 남긴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향후 20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경우에 따라 100년 혹은 수십 년 후로 경고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원인으로 소행성의 충돌, 기후 위기, 핵전쟁, 변종 바이러스 등과 함께 의외로 인공지능(AI)에 의한 인류 파멸의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의 과도한 욕망분출과 무절제 인간성 상실과 같은 윤리적 사회병리학적 문제와 깊히 관련된 것이다. 물론 기원전 시대부터 인류 종말의 위기를 줄곧 예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킹 박사의 경우는 성격이 다르다. 90년대 초반 서울대의 초청 강연장에서 그를 처음 보았다. 류게릭 병으로 수족을 쓰지 못한 채 휄체어에 달린 음성합성 장치에 의존해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처지였다.

‘숨 쉬는 석고상’인 듯 보였다. 최악의 조건에서 신의 비밀에 가장 근접한 인간, 참으로 당혹스런 역설, 그것이었다. 그의 경고는 신비주의나 추측성 예언 정도로 치부할 수 없어 보인다. 그는 객관적인 학문인 물리학의 권위 학자인데다 희귀질병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적 체험을 통해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의 시대에 문학이 무슨 소용인가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학은 사회를 정화시키는 놀라운 힘을 지녔다. 정치가의 입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거친 탁기(투쟁과 증오심)와 과학자의 실험실에서 새어나오는 오염수(오만과 질주)는 매연보다 지독하다. 종교가 법률가는 공리(公利)보다 명예나 사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힌다.

선량한 사람들과 문인과 독자들은 이런 맹독을 마시며 살아간다. 하지만 다행히, 참으로 다행한 것은 문학이 그런 오염과 탁기를 정화해 내는 놀라운 능력의 공기청정기가 되어준다. 숲이 생체를 살리는 허파라면 문학은 병든 인간정신을 치유하는 영약(靈藥)이다. 모든 문학은, 릴케나 엘리엇, 미당 서정주 혹은 윤동주 까지도. 기본적으로 선을 지향하고 본성의 완전성을 추구하는 때문이다.

저 아마존의 밀림을 보라 탐욕의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은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맑고 청정한 공기를 내 뿜지 않는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은 의외인 듯하지만 오늘의 우리가 깊히 성찰하고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마치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욕망을 풀어줄 해결사나 구원자처럼 매달린다. 세상은 선과 악의 ‘영역 뺏기 게임’이다. 까딱하면 적이 되고 치명적 무기가 된다

.

이런 마당에 엉뚱한 예술계가 위협받고 있다. 인공지능 예술 운운하면서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 차디찬 기계에 불과한 알고리즘이 마치 예술가행세를 하는 것이다. AI 가 시를 쓰고 시집을 출판하고 화가 작곡가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정교한 표현을 한다 해도 엄연히 모작(模作)이고 합성작에 다름 아니다. 수많은 데이터 입력 작품은 창작물의 저작권 침해도 우려된다. 아직 사회적 합의나 윤리정립이 되지 않은 마당에 너무 성급하게 인공지능 예술 운운하며 저작권 인정까지 거론하는 것은 오늘 우리시대의 예술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인 것이다.

미주지역의 문인들은 비록 공간적으로 이질적인 문화권에 살고 있지만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한 뿌리의 문학 생태계에 속한다. 한국문학 누천년, 고대시가 향가 시조 가사의 형식적 변모를 통해 시대별 각기 다른 빛깔의 꿈을 노래했다.. 저 풍부하고 빼어난 문학적 유산을 자긍심으로 이어가기를, 미주지역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전초기지이자 교두보역할을 해주길 바라면서 응원을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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