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회사 일로 많이 힘들기도 하고 지쳐 있었다. 몸이 힘들면 괜찮은데 정신적으로 힘들다 보니 더 타격이 컸다.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서 요즘 느끼는 것은 인생 짧기에 내가 가장 잘하고 빛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고 있다. 머리로만 알았다면 요즘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꾸역꾸역 흥미도 의미도 못 느끼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결국 무기력해지는 것 같았다. 신입 때 그리고 처음 이직 했을 때 겪어본 경험이었어서 어느 정도 정신과 마음의 근육이 단련되어 있지만, 감기처럼 다시 이 힘든 시기가 찾아오니 무기력함이란 더 큰 몸살이 찾아오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다음 일을 하고 있다.
1. 약속 없는 주말이라도 샤워하고 단정한 모습을 한다.
사람이 많이 지치면 누구를 만날 힘도 없기에 주말에 혼자 집에서 늘어지게 된다. 집에 혼자 있는 그 시간이 보다 더 온전한 충전의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샤워부터 해야 된다. 처음에는 화장실까지 가는 그 몇 걸음이 귀찮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막상 샤워하고 나오면 기분도 마음도 상쾌해진다. 무엇보다 없던 의욕도 조금은 생긴다.
샤워 끝나갈 때쯤 이왕 나오기 전에 세면대와 바닥 그리고 변기 청소도 하고 나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어렸을 때 흔히 샤워 후 '날아갈 것 같다'는 표현한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첫걸음은 '샤워'로 시작하는 것이다.
2. 집안일을 한다.
설거지, 청소, 쓰레기 처리, 빨래 등을 하면 몸을 계속 움직이다 보니 잡생각이 들지 않게 된다. 무엇보다 이렇게 정리정돈을 해놓으면 어느새 내 마음과 기분마저도 정돈된 느낌이 든다. 집안일을 하나의 숙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스트레스 해소' 혹은 '잡생각 처리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 보면 과거와 다르게 집안 청소가 '일'이라고 생각이 안 든다.
3. 무드등 하나만 켜놓고 잔잔한 노래 들으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다. 그리고 저녁이라는 시간에 휘몰아치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샤워 후 바로 머리 말리고 나서 방에서 무드등이든 스탠드든 은은한 조명 하나만 켜놓고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메로나 하나를 먹을 때의 그 시간은 정말 나를 대접하는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마음도 몸도 한결 차분해진다.
나를 돌보고 보살피고 아껴주는 것은 나 자신이다. 스스로를 방치해 두지 말자-누구 좋으라고. 식물을 가꾸는 것처럼 나 자신을 하나의 작품으로 잘 가꾸기 위해 건강식단으로 끼니 잘 챙겨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마음의 양식을 채우기 위해 틈틈이 책을 읽는 것이다. '나를 잃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