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육아

카시트, 꼭 태워야만 할까요?

태우긴 태워야 하는데 말이죠

by 라봉파파

신생아였던 라봉이는 세상 누구보다 카시트에 편하게 앉아서 잠을 잤다. 그 때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잘 맞는 카시트를 구입했다며 매우 좋아했었다. 오랜 기간 여러 곳을 돌며 다양한 카시트를 살펴봤고 안전성, 내구성, 승차감, 편리함 등 모든 요소를 따져본 결과 이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라봉이가 점점 커질수록 우리의 생각이 틀렸다는 좌절을 해야만 했다. 라봉이는 엄마 아빠의 카시트를 태우려는 손길을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또, 자신의 의사를 배에서 끌어올려 커다란 울음소리로 완강히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서 더욱 더 카시트에 타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집 카시트는 한동안 창고에 눕혀 보관되어야만 했다. 카시트, 꼭 태워야만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시트는 반드시 태워야 한다. 아이와 씨름을 할지언정, 씨름을 하다가 2~3시간을 내내 울릴지언정 카시트는 꼭 태워야한다. 스마트폰 영상을 오랫동안 보여줘도 어쩔 수 없다. 그만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자꾸 달라는 쌀과자를 계속 먹여도 어쩔 수 없다. 카시트를 태워야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째, 무엇보다도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다. 뉴턴의 세 가지 운동법칙 중 하나인 관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힘이 어마어마하다. 달리는 자동차가 불의의 충격을 받으면 자동차는 멈추지만 사람은 멈추지 못한다. 그 무서운 속도로 어떤 장애물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뉴질랜드 교통국(NZ Treansport Agency)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운전하는 습관을 지닌 운전자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그들의 몸에는 안전벨트 자국이 흉터로 남아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충격의 물리적 힘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고, 안전벨트가 그러한 충격에서 어떻게 사람을 보호하는 지 알 수 있다. 카시트는 교통사고에서 발생하는 충격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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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째, 부모의 인생을 위해서다. 만약 엄마나 아빠가 아이를 안고 뒷좌석에 탑승했다고 가정해보자.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뒷좌석에서 아이를 끌어안은 사람은 관성의 법칙에 의해 아이와 함께 충격이 발생한 방향으로 튕겨나간다. 그럼 끌어안은 아이는 부모의 에어백 역할을 하게 되고 모든 충격을 아이가 흡수하게 된다. 아이는 죽고 부모는 살게 된다. 아이를 방패삼아 살아남게 된 부모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부부간의 원망과 삶에 대한 허무함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이것만큼 끔찍한 불행도 없다. 어떻게든 카시트를 태우는 게 아이한테는 물론, 부모에게도 필요하다.

셋 째, 도로교통법 상 6세 미만의 아이는 반드시 카시트에 태워야 한다.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고 안전벨트만 맨 경우, 교통사고 시 크게 다칠 가능성이 5.7배 높아진다(2018. 5. 6. SBS 8시 뉴스). 이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카시트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2018년 3월에 개정되어 2018년 9월 28일에 시행된 도로교통법에서 6세 미만 유아가 카시트를 착용하지 않거나 13세 미만 아이가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과태료 6만원이 부과된다. 물론 과태료를 물지 않기 위해 카시트를 태우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단, 카시트를 태우지 않는 것은 아이의 안전을 등한시하는 행위임을 법으로써 경고하고 있다고 나는 해석한다.


그렇다면 카시트를 구입할 때 살펴봐야 할 요소는 뭘까? 쇼핑에 둔한 남자들의 대답 ‘아무거나’는 제발 피하길 바란다. 부모도 책임져 줄 수 없는 아이의 안전을 대신 책임져주는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 아니겠는가? 우선 카시트는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 카시트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생산을 한다. 브랜드가 다양하다는 것은 생산과 검증을 하는 국가가 다양하다는 얘기다. 국가별로 카시트에 대한 안전성 검증 방식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전방 주행 충격, 측면 및 후방 충격 등 어떤 안전성 검사를 받았는지 확인해보고 더 많은, 더 철저한 검증을 받은 카시트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카시트는 유모차와 더불어 이동을 할 때 사용하는 물건이다. 때문에 유모차처럼 아이가 편안함을 느껴야한다. 하지만 아이를 카시트 하나하나에 다 태워보고 구입하는 건 무리다. 어린 아이가 편한지 불편한지 잠깐의 느낌으로 의사를 표시해주지도 않는다. 더구나 아직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으면 잠깐 태워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인터넷에 많은 사람들이 카시트 후기를 올린다. 이 때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어떤 자세로 얼마나 편하게 앉을 수 있는지, 혹은 잠을 자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우리 아이가 그 카시트에서 잘 있을 수 있는지 감이 온다. 카시트는 또한 어른이 사용하기에 편리해야한다.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는 건 이왕이면 빠를수록 좋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날씨가 춥거나 아이를 태우는 공간이 좁으면 태우는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힘이 든다. 카시트를 돌릴 수 있거나 안전벨트를 쉽게 채울 수 있는지, 카시트를 눕히는 등의 인터페이스가 편리한지를 판단해야한다.


많은 부모들이 카시트를 태울 때 ‘멘붕’을 겪는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방법이 있겠는가. 그저 열심히 태우고 많이 태울 수밖에. 우리는 아이가 카시트에서 찡찡거리면 얼른 아이를 품에 안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질 않는다. 그렇게 하면 카시트에 더 안타려고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쌀과자나 간식을 쥐어준다. 정 안되면 스마트폰 영상이라도 보여준다. 아주 짧은 거리라도 카시트를 타고 이동한다. 이러한 인내와 노력들로 이제는 아이가 카시트를 아주 잘 탄다. 카시트에 타면 잠도 금방 잔다. 어른도 편하고 아이도 편하다. 카시트에서 엉엉 울며 소리를 지르는 아이를 보면 안쓰럽고, 짠하고, 걱정되고, 불안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안전이다. 한 달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인내와 노력을 아끼지 말기를. 카시트에서 쩔쩔매는 모든 부모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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