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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봉파파 Nov 21. 2019

아이가 생겼다고요?

신혼의 달콤함을 마음껏 즐기셨나요? 너무 사랑해서 이별할 수 없던 두 남녀가 결혼을 해 이제 한 집에서 꽁냥꽁냥 살 수 있는 달콤함 말이죠. 내가 바래다줄게, 아니야 내가 바래다줄게 하던 그런 케케묵은 대사는 이제 필요가 없습니다. 신혼은 너무 달달한 케이크와 같아 서로를 살찌우죠. 같이 있으면 이상하게 자꾸 배가 고픕니다. 가끔 배가 고프지 않아도 배가 고파야 할 때가 있죠. 아내가 자꾸 야식을 먹자고 그러거든요. 자기도 모르게 야식 책자와 스티커, 쿠폰이 엄청 늘어나있죠. 주말에 갑자기 바다를 보고 싶어 졌으면 바로 떠날 수도 있습니다. 친구들과 1박 2일로 놀러 간다는 불효막심한 거짓말은 이제 필요가 없습니다. 집에서 따로따로 싸와야 했던 여행 캐리어도 이제 하나로 합칠 수 있습니다. 엄청난 효율성이죠! 이 모든 게 달달구리한 신혼 탓입니다.

그런데 그만! 아이가 생겼다고요? 세상에나! 영화나 드라마, 혹은 가까운 친척의 조카로만 만났던 그런 아이가 내 자식으로 생긴다고요? 아이가 생기는 소식을 듣는 아빠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이제 당신의 인생은 끝났습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았던 인생이여, 내 여가 시간을 멋지게 채워주던 취미생활이여, 즐거움으로 꽃 피웠던 회식 자리여, 목적 없이 만나 깔깔 대던 친구들이여. 이제 작별을 고할 때입니다. 아이가 생기는 소식을 듣는 아빠들이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아니 그 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처음 아이가 생기면 어떤 반응이 들까요? 저희 부부는 결혼을 하고 신혼생활을 꽤 오랫동안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생겼을 때의 고민을 별로 하지 않았었죠. 그냥 아이는 뭐 차근차근, 조금 더 여유가 생긴 후에 낳아야지 하는 정도였죠. 저희 부부뿐만 아니라 많은 신혼부부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에게 아이는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한 순간, 아빠와 엄마의 나이는 만 26세! 저희가 너무 젊어서였을까요? 저희가 너무 건강해서였을까요?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아이는 엄마 뱃속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몰랐고, 제 아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자궁에 수정이 된 지 약 한 달 후에 제 아내는 제주도를 여행하고 있었습니다. 경상도 방언으로 ‘초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제 아내는 역시 여행 중 음주를 즐겼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꾸 전화로 몸이 조금씩 이상하다고 했죠. 그 때 아내는 문득 임신 테스트기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와우! 뚜렷한 두 줄입니다. 임신!!!


제 아내는 제주도에 있었기 때문에 전화로 이 사실을 저에게 알렸습니다. 자!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하는 아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겠습니까? 아주 중요한 문제이죠. 왜냐하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아빠들도 이 상황이 매우 낯설기 때문이니까요.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간단하게 생각하면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긍정적인 반응은 대충 이런 겁니다. “여보! 우리 가족에게 축복이 생겼어! 우리 서로 정말 축하하자. 정말 잘됐다. 오늘 저녁은 여보 먹고 싶은걸 먹으면서 축배를 들자! 물론 나는 맥주, 여보는 우유로?”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남편의 반응은 대개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내는 이제 10개월 동안 자신의 몸이 자신의 몸이 아닙니다. 피부미용, 머리미용 모두를 아이를 위해서 포기해야 합니다. 커피나 카페인이 든 음료, 술 등의 음식은 먹을 수 없습니다. 그 흔한 파마조차 쉽게 할 수 없죠. 파마 약이 임산부에게 매우 안 좋다고 하거든요. 그동안 열심히 관리했던 체중은 이제 플러스가 될 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무섭고 떨릴 거예요. 그 때 확신을 주는 남편의 반응은 얼마나 고맙겠어요. 임신을 한 상태에서 가장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남편입니다. 그런 남편이 좋아 죽겠다며 아내를 칭송하는 데 아내도 한 결 마음이 놓일 것입니다.


반면 부정적인 반응은 절대로 내색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멍청한 아빠가 되면 안 되니까요. 절대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마시길 당부합니다. 부정적인 반응은 예컨대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정말? 정말로 아이가 생겼어? 다시 한 번 검사해봐. 확실한 거야?”, “아이가 생겼다고? 이제 막 직장에서 자리 좀 잡고 여유 좀 생기려고 하는데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같은 남자가 들어도 최악입니다. 물론 남자도 아빠가 되는 과정이 쉽지가 않습니다. 마음이 싱숭생숭할 수 있죠. 하지만 명심해야 합니다. 당신의 소중한 자식을 낳아줄 사람은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아내라는 것을! 세상에 당연한 건 없습니다. 아내가 당연하게 당신의 자식을 낳아주는 게 아닙니다. 당신을 사랑하기에, 당신을 믿기에, 당신과 행복 하고 싶기에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하면서 아이를 낳는 것입니다. 그런 아내를 떠받들지는 못할망정, 다시 한 번 검사를 해보라고요? 저는 믿습니다. 당신이 현명한 아빠가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요.     


그게 정말이야우리……우리에게 아이가 생겼다고대박대박!!!! 대애애애박!!!! 여보 일단 병원에 가자병원에 가서 우리 아이를 빨리 만나보자여보 너무 고마워사랑해믿기지 않아우리 가족 행복하자병원 다녀와서 파티하자!”     


아내에게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했던 반응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온갖 호들갑을 다 떨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병원에 갔고 건강하게 자리 잡은 우리의 아이를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정말 좋았지만 만감이 교차한 것도 사실입니다. 힘들어질 앞날이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혼할 때 아내와 약속을 했습니다. 아내를 위해 살겠노라고! 가정을 위해 헌신하겠노라고!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멋지게 약속을 지켜야죠. 멍청했던 한 남자가 ‘아빠’라는 이름으로 거듭날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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