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봉파파 Nov 21. 2019

입덧하지 않는 남편, 유죄!

입덧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습니다. ‘임신한 지 2~3개월이 되었을 때 구역질이 나고 입맛이 떨어지며 몸이 쇠약해지는 증세.’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제 아내의 입덧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꾸웩!”하던 아내가 얼마나 안쓰러웠는지 모릅니다. 남편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앞선 글에서 아내가 되어 살아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제 아내처럼 입덧을 하려고 노력해봅시다. 입덧을 못하는 건 죄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제가 살아온 근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입덧을 했던 남자의 사례를 단 하나도 알지 못합니다. 남자에게 입덧은 흔한 경험이 아닙니다. 종종 드라마에서 ‘상상임신’이라고 소개가 되며 입덧을 하는 남편들이 있기는 합니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죠. 실제로 ‘쿠바드 증후군 Couvade syndrome’이라 하여 아내가 임신했을 경우 남편도 입덧, 요통, 체중 증가, 메스꺼움과 같은 육체적, 심리적 증상을 아내와 똑같이 겪는 현상이 존재합니다. ‘환상 임신 Phantom pregnancy’혹은 ‘동정 임신 Sympathetic pregnancy’이라고도 합니다. 말 그대로 환상입니다. 현실적으로는 흔치 않은 이야기죠. 그러니 남자들은 아내가 입덧을 하는 증상을 옆에서만 보지, 실제로 겪을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를 이해 못해서 서운하게 만들기도 하고, 아내에게 썩 도움이 되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하죠. 그래서 남편들은 입덧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입덧이라고 다 똑같은 입덧이 아닙니다. 입덧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산모마다 증상이 다릅니다. 아내의 입덧을 잘 관찰해서 어떠한 입덧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잘 대처하는 훌륭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먼저, 산모들 사이에서 나름 축복이라고 일컬어지는 ‘먹덧’이 있습니다(물론 모든 입덧은 괴롭습니다). 보통 입덧을 하는 산모는 체중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먹덧은 오히려 체중 증가를 경계해야 합니다. 먹덧이란 음식을 먹지 않으면 괴로워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살기 위해서 무엇이든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 아내는 먹덧 증세를 보였습니다. 먹고 또 먹어야 했죠. 끼니를 해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괴로워하다가 간식을 먹으면 금방 괜찮아졌습니다. 정말 희한했죠. 먹덧이 있다면 음식을 달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견과류 등의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다음은 괴롭고 괴로운 ‘토덧’이 있습니다. 토덧은 구역질을 자주 하고 식사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입덧의 대부분은 토덧입니다. 음식 냄새만 맡아도 메스꺼운 느낌이 들고 화장실로 달려가고 싶다고 하죠. 음식을 잘 섭취해야 하는 임신 초기 산모들에게는 곤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토덧은 정말 가혹합니다. 아내가 토덧 증상을 보인다면 남편은 꾸준히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만발의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


입덧 중의 입덧, 가장 고통스럽다는 불명예를 가진 입덧은 바로 ‘침덧’입니다. 침덧 증세를 보이는 산모는 침이 많이 고이고, 고인 침을 삼킬 경우 구역질을 심하게 합니다. 침을 삼키는 그 자연스러운 행위를 아주 거북하게 하거나 혹은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죠. 아내가 침덧 증세를 보인다면 껌을 준비하세요. 향기를 품은 껌은 침을 조금 더 수월하게 삼킬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또 무의식중에 침을 삼키게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식사 후 바로 양치질을 하거나 향기로운 차를 마시면 음식 냄새가 사라져 침덧 증세가 조금 완화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임신 초기부터 쉽지가 않죠? 아내의 몸은 초기에 겉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더 큰 변화를 위해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를 몸소 겪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입덧 역시 그러한 이유로 발생합니다. 남편은 입덧으로 괴로워하는 아내를 잘 보살펴야 합니다.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런 괴로움을 겪어야 하는가? 이제 임신 초기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괴로우면 앞으로는 얼마나 더 힘들 것인가? 몸이 너무 지쳐 가는데 이러다가 마음까지 지쳐버리는 건 아닌가? 내가 괴롭다는 핑계로 우리 아이를 미워하면 어쩌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 수 있습니다. 남편들은 입덧의 괴로움에서 자유롭다고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입덧을 하는 아내를 극진히 보살펴야 합니다. 괴로워하는 아내를 대하는 남편의 태도는 평생 아내의 기억에 저장되어 두고두고 회자될 것입니다.

다행히 입덧 증상은 임신 16주 차 정도가 되면 완화되는 자연스러운 증상입니다. 병이 아니죠. 아내는 물론이고 남편 역시 아내의 임신 후 첫 고비를 맞아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합니다. 입덧할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겁을 주려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입덧할 때 아내를 잘 보살피며 서로 충분히 사랑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둘만의 시간을 알콩달콩 예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임신 초기, 그 고통의 서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