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내가 절뚝거리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참 이상했죠. 어디에 부딪힌 적도 없고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일을 한 적도 없었으니까요. 처음에는 저와 아내 모두 괜찮아지겠지 생각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병원을 가도 별 문제가 없다는 진단만 받을 수 있었죠. 그러다 갑자기 새벽에 아내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악!!!!” 저는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깼죠.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골반이 너무 아프다고 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그러한 증상을 ‘환도가 서다’라고 표현을 하더군요. 엉덩이뼈에 통증을 느끼는 증세더라고요. 환도는 허리의 아랫부분, 다리의 윗부분, 즉 넓적다리를 말하며 엉덩이에서 허리를 받쳐주는 골반 뼈입니다. 임신을 하게 되면 골반이 벌어지게 되고, 그로 인해 골반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또 배가 나오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틀어지게 되면서 이러한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임신 중 환도가 서는 것은 아기가 커지면서 골반 뼈도 함께 늘어나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합니다. 하지만 제 아내는 출산 후에도 통증이 남아있어 가끔 다시 절뚝거리는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정말 무섭더라고요. 자세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고, 새벽에 잠도 설치니 그 스트레스는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환도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봤습니다. 먼저, 테이핑을 해봤습니다. 보통 운동선수들이나 근육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쓰는 방법인데요, 제 아내는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마사지를 매일 해줬습니다. 아픈 부위에 크림을 바르고 둥글게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죠. 효과가 조금은 있었는지 마사지 전후로는 아내가 통증을 덜 느낀다고 했습니다. 참 뿌듯했죠.
저는 임신 중인 아내와 함께 문화센터에 다니며 임신요가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아내의 임신 중 통증을 완화시키고 아이를 순산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요가 자세를 배우는 것인데요. 환도가 아프니 아내가 제대로 된 동작을 거의 할 수 없었죠.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노력해서 새벽에 잠에서 깨는 불편은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답니다.
임신은 인간이 수행하는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입니다. 하지만 임신을 하면 환자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입덧도 너무 괴롭고 여기 저기 아픈 곳이 많이 생깁니다. 앞선 글에서 아내가 빈혈로 쓰러졌던 이야기를 했는데요, 충분한 철분을 섭취해 주지 않았을 경우에 빈혈로 쓰러지는 임산부들도 정말 많다고 합니다. 임산부가 환자는 아니지만 우리 남편들은 임신한 아내를 준 환자처럼 대해야 합니다. 온갖 정성을 쏟아야 하죠. 아내는 지금 아내 스스로 자신의 몸을 통제하거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있다고 판단하셔야 합니다.
제 아내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자신에게 잘 맞는 쿠션을 샀습니다. 잠을 잘 때 자세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쿠션이었죠. 그리고 과감하게 침대에서 잠을 자지 않고 소파에서 잠을 잤습니다. 저는 당연히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요. 아내는 침대에서 잠을 자면 너무 아픈데 소파에서 잠을 자면 아프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침대를 버리고 소파 밑에 이불을 깔아서 바닥에서 잠을 잤습니다. 소파에서 잠을 자다가 바닥에서 자야하니 허리도 아프고 몸이 조금 뻐근하더군요.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요? 아내가 고통에서 벗어나 안정을 취할 수만 있다면 바닥에서 잠을 자는 것은 일도 아니지요.
우리 남편들은 이렇게 아내를 잘 돌보아야 합니다. 아내는 임산부이지만 준 환자 상태입니다. 언제, 어디가 아파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임산부는 한 번 아프면 정말 힘이 듭니다. 예를 들면 그 흔한 감기에 걸렸어도 남들보다 더 많은 날들을 아파해야 합니다. 감기약을 복용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뱃속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다리가 아프다고 목발을 짚고 다닐 수도 없습니다. 배가 나오기 때문에 목발은 더 불편하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내의 손과 발이 되는 겁니다. 더 열심히 아내의 심부름을 들어주고 더 열심히 아내를 옮겨줘야 합니다. 우리는 감기에 걸리면 약은 먹을 수 있잖아요. 다리가 부러져도 목발을 짚으면 그만이니까요. 이러한 생각과 마음으로 준 환자상태인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수발을 들을 수 있는 멋진 남편들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