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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Dec 31. 2021

[인터뷰②] 김현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인터뷰②] '엘리펀트 송' 김현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김현진©나인스토리

다음은 12월 23일에 나간 연극 '엘리펀트 송'의 배우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다음은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해당 인터뷰 기사에는 ‘엘리펀트 송’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여기 있는 인물들이 가장 중요한 한 가지씩을 놓치고 있어요. 그린버그는 지금 마이클이 아주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놓치고 있고, 피터슨은 은연중에 마이클이 계속 보내오는 구조신호를 놓치고 있고, 마이클은 자신이 지금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죠. 추가로 마이클의 아버지는 마이클이 아직 코끼리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겨우 여덟 살짜리 소년이라는 걸 놓쳤고, 엄마는 그 무엇보다 자신의 사랑을 원하고 필요로 했던 아들이라는 존재를 놓쳤고, 로렌스는 마이클이 또 혼자 남겨졌을 때 버려지는 느낌을 받을 거란 걸, 또 마이클이 자신이 남긴 쪽지로 무슨 일을 꾸밀 수 있는 똑똑한 친구라는 사실을 놓쳤다고 할 수 있어요.”


마이클은 엄마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였지만, 피터슨에게 엄마 아만다의 앨범을 틀어달라고 하고, 음악을 들으며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난 엄마 목소리에서 태어난 아기인 거예요”라고 말하는 마이클. 김현진은 “엄마가 자기에게 노래 불러줬을 때 존재를 인정받은 순간이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일종의 애증 같았다. 자기보다 음정 3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객 앞에서 서는 걸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를 자기는 좋아하는데 그 엄마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서 상처를 받은 상황에서 이것을 대변하는 게 엄마의 노래이지 않을까. 마이클이 엄마의 목소리에서 태어난 아기라고 하지만 엄마가 나 때문에 노래를 못 하게 됐다는 죄책감을 은연중에 했을 것 같다. 자신의 존재, 엄마의 사랑이 노래에 얽혀있기도 하고, 마이클이 무대에서 중얼거리는 노래가 엄마가 불러준 코끼리 노래로 엄마를 미워하기도 하지만 엄마의 흔적들이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자신의 흔적들을 되돌아본다고 생각한다”고 그 장면을 떠올렸다.


또한 마이클은 엄마 아만다가 코끼리 자장가를 불러준 순간을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꼽는다. 이에 대해 김현진은 “저도 마이클에게 물어보고 싶다. 대본에는 엄마 뱃속에 있는 열 달만 친했다고 말을 하니까 마이클의 이야기에 비춰보면 엄마가 코끼리 노래를 불러준 그 한순간만 행복하지 않았을까. 연기할 때 마이클이 얼마만큼 똑똑한 건지, 불쌍한 건지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너무 똑똑하게 표현하고 이야기하면 마이클의 진심이 가려질까 봐 겁나고, 진심에 입각해서 이야기하면 그가 애써 숨기고 싶어 했던 걸 무시하는 것 같아서 매일 무대 위에서 줄다리기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캐릭터에게 다가가며 고심한 부분을 털어놓았다.

김현진©나인스토리

마이클과 그린버그의 수수께끼 같았던 진실의 추적이 끝났을 때, 그린버그는 마이클이 원했던 초콜릿 박스를 건넨다. 초콜릿을 손에 넣은 마이클의 마음은 어땠을까. 단순히 기뻤다 혹은 슬펐다를 두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현진 또한 개인적인 가치관과 무대에서 마이클로 느껴지는 감정이 충돌해서 힘들 때가 있다고 한다. 그는 “과연 초콜릿을 앞에 두고 두려웠을까. 저는 생명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데, 마이클은 탄생 자체를 부정당하지 않았나. 엄마랑 아빠는 24시간만 사랑하고 마지막 순간에 사고로 자신이 태어났다고 말을 한다. 심지어 이 이야기를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고 "났대요"라고 누군가에게 들었다는 것을 전한다. 자신의 탄생을 부정당했기 때문에 초콜릿을 앞에 두고 목숨을 걸 만큼 간절했지만,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견과류가 든 초콜릿을 먹고 로렌스와 통화하는 마이클. 마이클은 엄마의 죽음에서 듣고 싶었던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를 로렌스에게 울면서 전한다. 관객은 상상으로 풀어야 하는 로렌스와 통화 내용에서 그는 무슨 말을 했을 것 같냐고 질문을 던졌다. “마이클은 사랑에 대한 감정을 배워본 적이 없고 잘못 배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우리가 뉴스를 보면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집착이나 소유 같은 감정을 사랑이라고 표현해서 기겁할 때가 있잖아요. 이것처럼 마이클이 사랑을 잘못 표현하면 로렌스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마이클이 사랑이 무엇이냐고 되물으면 많은 설명과 표현을 해줬을 것 같지만 "누군가 때문에 울어본 적 있니?"라고 물었을 것 같아요. 그럼 마이클은 울어본 적이 없다고 하겠죠. 이 아이는 자신의 엄마가 죽을 때도 눈물이 안 났다고 말하니까요. 로렌스는 누군가를 위해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게 사랑이라고 말해줬을 것 같고, 마이클은 이것을 감정보다 이성적인 개념으로 인식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로렌스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지?라고 생각할 때 우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이런 일을 벌인 것 같고요. 아마 로렌스는 이 아이가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어서 이랬는지 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많은 말을 못 하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해줬을 것 같아요.”

안소니©김현진 SNS

‘엘리펀트 송’에는 세 명의 배우와 함께 또 한 마리의 귀여운 코끼리 인형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안소니로 마이클의 엄마가 마이클이 사파리 여행을 다녀왔을 때 선물로 준 인형이다. 마이클은 자신의 엄마를 증오하지만 엄마가 선물로 준 인형만큼은 애착 인형처럼 늘 품에 안고 다닌다. 이에 대해 김현진은 “연출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기의 분신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가 새롭게 열린 시간으로 안소니는 마이클에게 자신이기도 하고, 엄마이기도 하고, 코끼리 그 자체이기도 했다. 안소니라는 인형이 등장하는 이유는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감정들을 안소니라는 인형이 등장하면서 관객들이 상상하게 만드는 구간이 아닐까. 엄마의 분신일 때도 있고, 엄마의 노래가 형상화될 때도 있다. 무생물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것 같다”고 안소니를 설명했다.


김현진은 연극을 해보고 싶었다고 인터뷰 서두에 밝힌바, ‘어린왕자’에 이어 ‘엘리펀트 송’으로 연극의 갈증을 풀고 있냐는 물음에 “오히려 더 커진다”고 답했다. 이어 “연극이라는 공연을 하면서 다른 장르에 도전을 한 게 있다 보니 나중에 뮤지컬을 할 때 어떻게 접목시키면 되고, 지금 이 경험을 관객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까 욕심이 생긴다. 앞으로 더 많은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 유독 더 바쁘게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는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우리에게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쪼개서 살아가고 있는데, 저를 힘 나게 하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마음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엘리펀트 송’을 통해서 이런 사람을 만났고 관객과 마음이 맞는 경험을 하고 있다. 힘든 것보다 여기서 얻어지는 기쁨이 크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 ‘엘리펀트 송’을 예매하지 않은 분께 하고 싶은 말로 “무슨 일이죠, 왜 아직 안 하신 거죠?”라고 말한 그는 “연말과 연초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면 좋은 극이다. 많은 걸 미리 말하면 스포일러이지만, 이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셨을 때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어느 캐스팅, 조합으로 보시든 좋은 작품을 보시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금 아직 공연을 보지 않고 이 인터뷰를 보셨다면 궁금증이 생기는 부분이 많을 텐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얼른 공연장으로 오시길 바란다”며 센스 있게 전했다.


2022년도 바쁘게 무대에 올라갈 거라고 예고한 김현진은 현재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와 연극 ‘엘리펀트 송’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으며, ‘엘리펀트 송’은 2022년 2월 13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https://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10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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