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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Dec 31. 2021

[리뷰] 레베카, 돌아오지 마!

옥주현©EMK

다음은 12월 16일에 나간 뮤지컬 '레베카' 리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레베카, 어서 돌아와, 여기 맨덜리로”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를 향해 간절하고 소름 돋게 외치지만 필자는 “레베카, 돌아오지 마, 평생”을 더 크게 외치고 싶다. 레베카가 돌아오면 댄버스 부인의 ‘레베카’ 넘버를 들을 수 없으니 말이다.


뮤지컬 ‘레베카’는 올해 6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작품으로 한국 공연 총동원 관객 수가 83만 명에 달한다. 2013년 한국 초연을 시작해 원작자인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로부터 “한국 무대가 세계 최고다”라는 극찬을 받았으며, 2014, 2015, 2017, 2019년 공연까지 평균 객석 점유율 98%를 달성하는 그야말로 초대형 흥행작이다.


‘레베카’는 영국의 대표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의 1938년 작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며, 스릴러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의 1940년 동명의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극화했다.

옥주현©EMK

옥주현은 ‘레베카’ 여섯 시즌 중 다섯 시즌을 무대에 오르며 댄버스 부인의 교과서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레베카’를 처음 보는 관객은 옥주현이 레베카인 줄 알고 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댄버스 부인, 나(I), 막심 등 여러 인물이 레베카의 이름을 부르짖지만, 레베카는 무대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지혜, 옥주현©EMK

레베카를 외치는 대표적인 캐릭터 세 명의 이유도 제각각이다. 옥주현이 연기하는 댄버스 부인과 레베카는 하녀와 주인의 관계이지만 마치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의 ‘히데코’와 ‘숙희’가 떠오른다.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의 실종으로 주종관계를 끝낼 수 있었지만, 레베카를 대신하는 새로운 부인(나)이 왔을 때 그녀와 계속 비교하며 집착을 보인다. 반대로 레베카는 암에 걸려 죽게 되는 사실을 댄버스 부인에게 알리지 않고 사라진다. 사랑을 기초로 하지 않으면 둘 사이의 관계가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레베카'의 대표 넘버 '레베카'(긴 버전)은 왜 뮤지컬을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공연장에 와서 봐야하는지 증명한다. 공연의 마지막 커튼콜에서 조차 댄버스 부인의 애티튜드를 잃지 않는 옥주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지혜가 연기하는 나(이히)는 세 번째 시즌을 함께 하면서 더 이상 약하고 댄버스 부인에게 휘둘리기만 하지 않는다. 레베카를 기준으로 나(이히)를 시선으로 재단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이히)가 갖는 자격지심이 막심과의 사랑으로 치유되고 자존감이 높아지며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이에 나(이히)는 레베카라는 옷을 입기를 벗어던지고 본연의 모습으로 성장한다.

민영기,박지연©EMK

2017년 이후 오랜만에 막심 드 윈터 역을 맡은 민영기는 레베카의 그림자에 살았던 모습을 잘 그려낸다. ‘신이여’ 넘버에서 “난 더 강해져야 해, 검은 그림자보다!”라고 표현한 것을 보아 막심을 드리웠던 레베카의 그림자는 맨덜리 저택의 짙은 안개보다 진하지 않았을까.


극에서는 여러 캐릭터가 저마다의 이유로 레베카를 찾지만, 공연을 보고 나온 관객들은 작품의 여운으로 ‘레베카’ 넘버를 흥얼거리게 된다. 그런 의미로 모두가 애타게 레베카를 찾지만, 그녀가 끝끝내 돌아오지 않아 뮤지컬 ‘레베카’가 계속된 기록을 세우며 오랫동안 함께 하길 바란다.


민영기, 김준현, 에녹, 이장우, 신영숙, 옥주현, 임혜영, 박지연, 이지혜, 최민철, 이창용, 김지선, 한유란, 류수화, 김경선, 문성혁, 변희상, 임정모, 김지욱, 김용수, 김현웅 등 실력파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레베카’는 2022년 2월 27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https://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103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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