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카이유칸에서 인상 깊은 경험을 했던 터라 일본의 수족관은 꼭 방문하고 싶었다. 오타루 수족관은 ‘기대 이상’과 ‘기대 이하’가 공존하는 수족관이었다. 일단 수족관은 외관상으로 매우 늙어 보였다. 낙후된 것까지는 아니지만, 뭐랄까. 피부가 쭈글쭈글하지만, 근육은 적당히 있는 노인을 보는 것 같달까. 실제 수족관의 내부는 매우 늙었다. 굉장히 비좁은 수조,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녹슨 흔적들까지. 다른 물고기들도 불쌍했지만, 특히 좁아터진 수조에 사는 돌고래와 파라피쿠가 매우 안쓰러웠다. 오사카 카이유칸이 노아의 방주라면, 이곳은 수산 동물학대의 전형적인 표본이리라.
이런 기대 이하의 감상을 가슴에 묻어두고 수족관을 나가려고 할 때, 야외 수족관(?)이 눈에 띄어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야외 수족관(?)은 야외에 설치한 부스와 바다를 시멘트와 철창을 통해 둘러싸 바닷물을 활용한 수족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야외에 설치된 부스의 상태는 끔찍했다. 좁고 녹슬고 더러웠다. 난생처음으로 펭귄 털(?)이 잔뜩 물에 둥둥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근데 야외 부스를 따라 걷다가 무심코 고개를 부스 쪽으로 돌렸는데 45cm 앞에 웬 코끼리만한 녀석이 있었다. 놀라서 진짜 자빠졌다. 듀공이었다. 생긴 것도 험상궂고, 이빨인지 상아인지가 사람 몸통만하게 자라있었다. 놈은 나를 계속 노려봤다. 놈의 크기와 형태 그리고 시선에 익숙해질 때쯤 겨우 이동할 수 있었다.
바다를 이용한 수족관에는 바다사자와 물범들이 살고 있었다. 설치된 쇠창살은 몹시 녹슬었지만, 바다를 이용해서 그런가 면적이 굉장히 넓었다. 한 20마리 이상 살고 있을 정도로 많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좁은 느낌은 아니었다. 실제 바다라 그런지 쇠창살만 빼면 자연스럽게도 보였다. 지근거리에서 유리창 없이 바다사자와 물범을 보는 경험은 매우 인상 깊었다. 물범이 자기 배를 통통거리는 모습, 커플끼리 빙글빙글 노는 모습. 바다사자가 꺼ㅓㅓ억하는 모습 등 다양한 습성들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이점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옆 건물은 돌고래 센터였는데, 지근거리에서 유리창 없이 성인 남자 키만 한 돌고래를 볼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한 놈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난을 칠 정도로 유쾌했다. 귀엽고도 불쌍했다. 가난 포르노의 모에화를 보는 것 같달까. 수족관 본관에는 작은 돌고래가 살고 여기에는 큰돌고래가 사는 듯 했다. 수족관 시스템이 새끼는 본관에 있는 작은 수조에, 성체는 외부에 있는 큰 수조에 전시하는 것 같다. 물범, 바다사자 등.(but, 듀공 제외.)시간을 맞춰서 가면 바다사자, 물범, 돌고래 쇼를 볼 수 있다. 나는 동물 쇼는 보지 말자는 주의라 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