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여름 견문록
오타루는 삿포로에서 전철을 타고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도시다. 굳이 따지자면, 어촌에 가까운 것 같다. 오타루로 가는 전철은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는 구간이 있다. 이때 창밖으로 탁 트인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짐과 동시에 전철의 속도와 함께 흥겨워진다.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지하철을 타며 한강을 건널 때의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서울과는 달리 수평선과 항구 그리고 해안 정비소가 있어 시골의 느낌이 강했다. 일본의 지하철 요금이 저렴했다면, 두어 번 왕복하면서 바다 구경을 했을 듯하다.
오타루에 온 이유는 ‘오타루 수족관’, ‘오타루 대운하’, ‘사카이마치 거리’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발했던 터라 배가 고파 역내 빵집에서 빵을 사 먹었다. 일본의 빵은 한국보다 몇 배 저렴하지만, 맛은 몇 배나 뛰어나다(SPC는 할복해라.) NO.1이 박혀있는 정체 모를 빵과 식빵을 집어 먹었다. 빵은 맛있었으나 교토에서 먹은 빵보다는 별로였다. 아무래도 역 안에 있는 빵집이라 그런 것 같다. 탄수화물 중독인 나도 적당히 질릴 맛이었다. 그래도 파리 바게트 보다는 80000배 맛있었다. 밀가루 맛이 점점 질려서 우유를 샀다. 빨대를 꽂고 마시니 요구르트였다. 젠장. 요구르트 디자인을 왜 우유처럼 해둔 건지 원. 맥주 디자인을 박아두고 보리차를 파는 격이다. 글자를 읽지 못하면 이렇게 고생하는 법이다. 빵집 옆에는 버거킹이 있었다. 일본의 버거킹의 맛이 궁금해서 먹으려 했으나 고민 끝에 먹지 않았다. 오늘 하루 내가 먹을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으니.
‘오타루 수족관’으로 가는 버스 시간이 40분 정도 남아서 주변 수산 시장을 돌아봤다. 킹크랩과 정체 모를 생선들이 잔뜩 있었다. 카이센동이 유명한지, 카이센동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손님들도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오타루에 숙소를 잡았다면 먹었겠지만, 일정을 미리 잡아둔 터라 그냥 구경만 했다. 구경하는 내내 바다 내음과 손님들의 채취가 코를 찔렀다. 내성이 없는 사람이라면 버티기 힘들었을 듯하다. 나는 외가가 통영 사량도라 버텼다.
적당히 구경을 마치고 버스 대합실로 들어왔다. 대합실에 와서도 다시금 느낀 것은 홋카이도는 에어컨이 잘 없다는 것이다. 있어도 선풍기 정도만 있다. 시골(?)이라 그런 것이진 기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설 내부에 에어컨이 별로 잘 구비 되어 있지 않다. 에어컨은 없어도 히터는 있는 것을 보면 지역의 저발전 문제 때문이 아니라, 기후 때문인 듯하다. 태풍이 오는지라 바람도 많이 불고 선선해서 덥지는 않았지만, 태풍이 오는지라 비가 어슬프게 와서 습도가 높아 땀이 많이 나서 고생했다. 땀 때문에 헤드셋을 집어 던질 즈음에 다행히 버스가 와서 버스를 탔다.
삿포로로부터 오타루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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