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여름 견문록
오타루 수족관에서 버스를 타고 오타루 역 부근으로 돌아와 오타루 운하를 갔다. 홋카이도의 여름과 겨울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각기 다른 매력을 보이지만, ‘오타루 운하’와 ‘사카이마치 거리’는 겨울이 훨씬 아름다워 보인다. 비교군이 내 눈으로 직접 본 여름의 오타루와 사진으로 본 겨울의 오타루이기에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오타루 운하는 사실 운하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그렇게 운하가 길지도 않고 무엇보다 배도 안 다닌다. 그래도 과거 오타루를 먹여 살린 사회기반시설임은 틀림없기에, 운하 주변에는 역사적 명소와 산업기반 시설들이 많았다. 운하는 운치를 더하는 수준이라 내가 실제로 유의 깊게 본 것은 주변 시설들이었다.
운하 주변 기념품 샵에서는 홋카이도의 특산품(?)들을 많이 팔았다. 홋카이도에 시로이코이비토 본점이 있어서 그런지 시로이코이비토 상품을 되게 많이 팔았다. 정체 모를 신사 얼굴이 박힌 쿠키, 치즈 그리고 이 둘을 합친 것들 등. 그리고 메론을 활용한 과자, 초콜릿, 젤리 혹은 메론 그 자체를 팔고 있었다. 그중 내 눈길을 끈 건 ‘삿포로 클래식’이었다. 내가 맥주를 좋아해서도 있지만, 캔 디자인으로 만화 ‘골든 카무이’ 캐릭터들이 박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맥주를 참으려 했건만, 바로 결제해서 아까 역에서 산 식빵과 함께 먹었다. 식빵은 먹다 질려서 운하에 있는 오리(?)와 갈매기들과 나눠 먹었다. ‘삿포로 맥주’는 전국 어디서든, 전 세계 어디서든 구매할 수 있지만, ‘삿포로 클래식’은 오직 홋카이도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삿포로 클래식’이 '삿포로 블랙라벨(일반 삿포로 맥주)'보다 맥주 특유의 씁쓸함과 신맛 사이의 맛이 덜 난다는 점에서 두 맥주는 큰 차이점이 있다. 쉽게 말하면 '삿포로 클래식'이 좀 더 부드럽고 깔끔했다. ‘삿포로 클래식’은 ‘오키나와 생맥주’와 비슷한 결을 가진 맥주였다.
ps. 홋카이도가 주요 무대인 ‘골든 카무이’는 청년 만화판 ‘강철의 연금술사’다. 작화, 스토리, 연출, 캐릭터, 메시지 등 만화 구성요소의 육각형이 꽉 차 있는 몇 안 되는 만화다. 수위가 좀 높지만, 강추한다. 후반부에 ‘사금에 눈이 멀어 죽게 되는’ 연출은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오타루 운하에서 몇 분 걷다 보면 사카이마치 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길거리는 이가 썩을 것처럼 풍성하게 있다. 그리고 유리 공예품과 일본&홋카이도&오타루 굿즈샵이 곳곳에 있다. 홀로 여행할 때 좋은 점은 이들은 눈치볼 것 없이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이 많은 먹거리를 다 맛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가 썩을 것투성이인 것들을 다 사서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럽다. 반면, 여럿이서 여행할 때는 한 입씩 나눠 먹을 수 있기에 부담없이 사서 맛 볼 수 있다. 나홀로 여행은 손발이 자유롭고 마음이 한 층 편하나, 여럿이서 여행은 입이 즐거운 법이다.
#홋카이도여행 #오타루여행 #오타루운하 #사카이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