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음으로 사랑받는다는 것, 쉽고도 어려운 것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자주 하시던 말씀 있죠?
"어떤 일이 있어도 정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거짓말은 나쁜 거야......"
훌쩍 어른으로 자란 30년이 넘은 이 순간에도 이 말씀을 다시 한번 새기며 광화문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사업하시는 분들의 운영 철학은 정말 다양해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중요하다. 성장에 대한 열정과 부단한 노력이 중요하다 등 자신이 지금까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성공시킨 데는 각자 만의 이유가 다 존재합니다. 광화문 세종대로로 회사를 옮긴 이후, 이 곳에 출근한 지 2주 정도 된 어느 날 아침이었어요.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부재중 전화가 2통이 왔있었어요. 대표님 이름을 확인하고 무슨 일인가 해서 전화를 하려 했는데, 카카오톡 메시지가 하나 왔습니다. '조용히 세종문화회관 뒤 카페로 오세요.'
바로 어제 한참 이야기하다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 메뉴 이야기를 밖에서 하시고 싶으신가?라는 생각을 안고 눈 내리는 광화문 빌딩 숲길에 발자국 도장을 촘촘히 찍었어요. 셰프들이 사무실에 있어서 뭔가 그분들 배려 차원에서 밖에서 부르신 거겠지?라고 생각하면서요. 도착해보니 대표님 외에도 회사 선배 2분이 함께 계셨습니다. 모두 심각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면서 말이죠. 대표님께서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 눈 앞에 떨어진 돈 줍기에 급급하고
그 너머의 돈을 생각 못하는 사업가는 실패한 거야......"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음식 장사를 하면서 가장 큰 리스크 중의 하나는 바로 셰프 리스크라고 합니다. 함께 일하던 셰프 팀 중 일부가 저희가 시그니처 메뉴로 준비 중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른 가게 오픈을 암암리에 도와주었던 것이었습니다. 순간 '아, 이런 게 필드에서 일어나는 배신과 뒤통수이구나......'를 처음으로 맛본 순간이었네요. 저도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는데 다른 분들은 아마도 더 심하게 느끼셨을 거예요. 자세한 이야기는 글로 설명하기 어려우나 한 가지 확실한 건 SNS는 참 무섭다는 점이네요. 레스토랑은 결국 인스타그램에서 언급될 수밖에 없는데,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죠. 여하튼 사업을 하시면서 '정직'이라는 덕목을 가장 중요시하시는 대표님 입장에서는 역 노하실 만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오픈 전 함께 키친에서 여러 음식을 개발하고, 준비 중인 동료들에게도 이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바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실 줄 알았습니다. 메뉴에 따른 시설, 인테리어 등으로 투자된 금액, 시간비용만 생각해도 정말 법적인 조치를 넘어설 수밖에 없을 텐데 말이죠. 제가 처음 들은 이야기는 "우리 다시 시작하자."이었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 준비를 해온 터라 이런 말씀을 대표님께서 하신다는 것이 참 어려우셨을 텐데 저희는 다시 메뉴 기획부터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고 이야기하네요. 속상한 마음을 소주 한 잔과 함께 달래려고 하는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요. 새로운 공간에 걸맞은 색다른 메뉴 기획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무려 8개월 넘게 여러 시도와 조합을 하면서 만들어가고 있는 메뉴이었지만, 누구나가 고개를 끄덕일만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는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고 하네요. 그러니 이 황당한 사건을 기회로 삼아서 다시 새롭게 메뉴를 정립하고 싶은 것이었고요. 지금은 공감 가는 새로운 메뉴 기획이 오히려 전보다 즐겁게 잘 진행되고 있어서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다시금 새기며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회사나 구성원 입장에서 정직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마도 정직함이 원산지, 유통기한, 재무 회계 비리 등 세상 뉴스와 주로 결부되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는데요. 정직함은 미래 사업 준비생들에게 왜 중요한 것일까?
"정직하면 어떤 사업을 해도 세상 앞에 떳떳한 이유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세상 앞에 떳떳한 정직한 사업가 되기는 사장인 나뿐만 아니라, 정직한 직원들과 함께 했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습니다. 재료, 철학과 원칙 등 오랜 시간 한 가게 또는 기업이 지켜온 모든 것들이 사장 또는 직원들이 일으킨 정직하지 못한 사건으로 한 번에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많이 목격하였습니다. 정직함은 회사 사장만이 지켜야 할 덕목이 아니라 직원 모두가 함께 늘 공유하고 강조해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고객 앞에서도 떳떳하게 우리 브랜드 그리고 사업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 출발점 중 하나가 바로 정직함입니다. 사업 준비 동기생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정직하면 떳떳하게 사업을 하며, 우리 만의 이유 있음으로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