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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요 Apr 18. 2021

사람을 대할 땐, 아울렛의 행사장을 생각해.

행사장에 값진 물건을 가져다 놓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

하나면 충분해. 행사장 매대에 깔아 둔 옷처럼, 여유분도 하나만. 그들에겐 하나면 충분해. 아, 대신 가볍고 행복한 웃음은 많이 깔아 두자. 나머지는 사이즈 별로 하나씩만 갖다 놓는 거야. 빠지면 매장에서 가져오고. 주기 싫으면 그냥 없다 하고 보내자. 괜찮아, 싸구려 웃음 한두 개 안 판다고 굶는 것도 아니고. 


인생, 별 거 없어. 어떤 사람들은 가져다주면 만져만 보고 입어만 보고 그러고선 휙 던지고 간단 말이야. 인사도 없이, 그게 배려인 줄 알고 말이야. 또 어떤 사람은 달라해 놓고 매장에 다녀온 그 짧은 순간, 그냥 떠나버려. 그런 일이 있어도 너무 욱하지 마. 빈번한 일이니까. 그냥, 그러다 보면 알게 될 거야. 디피된 감정들을 찔러보고 헤집어놓고 갈 사람들을. 


맞다. 이 얘길 안 했구나. 절대 값진 마음들을 가져다 놓지 마. 행사장에 온 사람들은 그런 거에 어차피 관심도 없어. 때만 타지. 팔고 싶어도 안돼. 기다려야 해. 불특정 다수가 알아봐 주길 바라지마. 저들은 흥미나 가벼움을 즐기러 온 거니까. 


괜찮아. 실망하지 마. '아! 이 사람이다!' 싶은 손님이 오니까. 그러니까, 매장에 들여보내고 싶은 사람. 


그 사람에게 정중하게 여쭤봐. 매장에서 보지 않겠냐고. 그리곤 그 사람보단 반 템포 빠르게, 매장으로 가서 반기는 거야. 그리고 이것저것 보여주는 거야.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그럼 신이 나서 너는 노래를 부를 테지. 네가 좋아하는 것들, 그 사람이 좋아할 것들을 잔뜩 보여줘. 


이건 노란색이 채도가 낮게 나왔어요. 어때요? 가을과 어울리지요? 아마 곧 은행나무잎이 이렇게 될 거예요. 나중에 사람들이 이걸 구하러 올 테지만, 그땐 이미 너무 늦죠. 지금 가져가세요. 그리고 이건 100% 청량한 날의 햇빛을 받아먹은 구름으로 만들었어요! 머리에 쓰고 있으면, 누가 손님께 비를 뿌려도 끄떡없어요. 물론 다른 색도 있지만, 이게 당신에게 어울려요. 그리고 티는 이거. 우울한 빨강을 가져가 봐요. 곧 닥쳐 올 가을날에 큰 위로가 될 테니까. 절 믿어봐요. 응? 저거? 저건…. 음, 값진 건데…. 만져봐요. 부들부들하고 쫀쫀하죠? 입어보실래요? 아, 근데 조심해요. 너무 푹 하고 빠질 수도 있거든요. 네! 사이즈를 꺼내다 드릴게요. 다른 것들도 보고 계세요. 다녀올게요. 얜 재고도 몇 개 없어요. 많이 만들지 않았거든요. 봐봐요. 이 촘촘하게 박힌 애정. 심지어 모양도 귀엽죠? 그래요. 이것도 가져가요. 당신이 너무 좋은 손님이라…. 자, 이것도 꺼내 줄게. 아이참-, 부담 갖지 마요. 이건 사은품이니까. 목에 두르고 다녀요. 작지만, 아주 따듯한 행복이랍니다? 포인트로 이렇게 반짝이는 눈물도 하나 박혀있고요. 보기만 해도…. 그렇죠? 이렇게 결제할게요. 아, 우리 사이의 관계도 적립해드릴게요. 다음에 또 오세요. 


그 사람은 네가 알아봐 주길 원한 것을 친절히 봐주겠지. 그러니 '봐주세요-'하고 빌지 마.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 감정이잖니. 어느 날은 그 사람은 단골이 되서 이렇게 물을 거야. '내 매장에도 한 번 들르지 않을래요?'하고-. 아, 여기서 주의. 잘 받아준다고 너무 팔려고만 하면 안 돼. 소소한 싸구려 반짝임도 쥐어주는 거 잊지 말이야 해. 많은 사람들이 자주 까먹는데, 새겨둬. 


너무 값진 것들만 왕창 주려하지 마. 어느 날은 구경만 해도 충분한 날이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해. 구경만 했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 그냥 편히 지나가게 해. 그리고 또 명심. 단골 장사는 망하는 법이야. 그렇다고 창고가 터지려고 하는 날에도 구걸하듯 팔지 말고 진상은 적당히 쳐내. 알았지? 어렵지만, 어쩌겠어.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여전히 어렵지. 무튼….  좋아, 오늘도 힘 내보자.



Photo by Michael Prewe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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