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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요 Jan 22. 2022

사랑에 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고 싶다.


자주 슬픔을 맞이한다.

조금만 돌아다니면 파인애플 통조림을 살 수 있기에.


내 집에는 파인애플 통조림이 널려있고,

그건 유통기한이 적혀있지 않다.


생산일자가 적힌 통조림들이

내 방에 굴러다닌다.


자주 통조림을 본다.

자주 통조림을 연다.


자주 통조림 속 파인애플을 먹는다.

달게 절여진 파인애플.

잘게 썰린 파인애플.


턱관절이 아프다.

씹힌 파인애플도 아플까?


사랑에 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고 싶다.


기억에 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고 싶다.


거기에 슬픔도 함께 있어 만년은 길대도

사랑의 기한은 고철캔이 썩어 문들어질 때까지.




죽은 친구와 함께했던 시절의 사진들이 아이폰 추천사진을 자주 뜬다.

네 비중이 너무 큰 것 같아서 '너무 많이 추천되시네요. 그만 오시지.' 싶다가도,

'아니야. 자주 와. 자주 놀러와.'하고 운다.


다짐을 했었다.


네 49제가 지나면, 2021년이 지나면, 나는 더이상 눈물을 세지 않을 거다.

얼마나 울었는지 세지 않아도 될만큼, 가끔 울테다.

너무 울어서 일주일동안 10 울었다는  일기에도 적지 않을테고 세지 않을테다.


슬픔의 유통기한을 정하고, 더 이상.

깊이 슬퍼하지 않겠다.


내 다짐은 결국 너를 만년동안 기억하고 슬퍼하는 걸로 귀결된다.

이 사랑의 기한을 끝낼 자가 없으니.

속절없이 이 사랑을 이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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