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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알라 Aug 03. 2020

비건 한 달 차

변화, 거부할 수 없는 약속들


완전 비건을 선언한 지 한 달 차.

아직까진 내 몸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많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데 주변에 이런 얘기를 하면 다들 뭐 먹고살아?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육류, 가금류, 어패류, 가공 식품, 우유, 유제품, 달걀을 빼면 외식은 쉽지 않고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맛있는 음식들이 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주말에만 일을 하는 나는 평일에 직접 집에서 요리를 해서 자연식물식 식단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데 아주 가끔 뭔가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을 때는 밀가루 섭취만 (소량) 허용하는 편이다.


일단 비건을 함으로써 내가 느끼는 몸의 변화를 살펴보자면, 십 년 넘게 약을 달고 살던 생리통이 거의 없어졌다. 물론 아직 한 달 차이기 때문에 더 오래 해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병원에 갈 정도로 고통이 심했던 내가 약을 전혀 복용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그리고 체력이 좋아진 것 같은데 이건 확실하게 오로지 ‘비건’ 덕분이라고 말해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몇 달 전부터 부쩍 건강에 관심이 많아져서 걷기, 달리기, 요가, 근력운동, 스트레칭 등 여러 가지 신체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비건의 콤보라고 하는 게 더 맞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확실한 건 주변의 몇몇 비건을 하는 사람들의 “힘이 없고, 에너지가 딸리고, 피곤하다”라는 말에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것!


비건을 실천하면서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면 바로 사람들과의 약속인데 나는 맛있고 건강한 것을 먹고 싶은데 사람마다 ‘맛있다’의 기준도 다를뿐더러, 그들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은 내가 피하고 싶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고기, msg가 들어간 자극적인 음식들, 맵고 짠 거, 정크푸드, 치킨 등등. 근데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삼삼한 맛의 건강한 음식들만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식사 약속을 잡을 때면 메뉴 선정 때문에 머리가 아파오기도 한다.

다행히 아직까진 주변 사람들이 백이면 백, 비건을 실천하는 나를 이해해준다. 내게 미리 “이건 먹을 수 있어? 저건 어때?”라고 물어봐주는 사람들도 있고, “같이 못 먹는 건 따로 먹어도 되고 같이 먹을 수 있는 거 먹으면 되지”라고 말해주는 친구도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치맥이 너무 먹고 싶은데, 그것도 나랑!

‘아 맞다. 00이는 치킨 안 먹지 참..’ 이런 생각을 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냥 핸드폰을 내려놓는 상황이 오지는 않았으면 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물론 맛있는 채식 식당이 많아졌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다면) 선택지라도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 치킨집에서 치킨을 파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그래도 뭔가 다른 거 하나쯤은 있었으면... 하는 마음?

(치킨 때문에 친구를 못 만나다는 건 너무 슬프니까!)

생각해보면 외국에 있었을 때는 어느 식당에 가던 무조건 비건 메뉴가 하나쯤은 있었는데 지금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물론 그때 나는 비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유심히 보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에도 신기하긴 했다.


아무튼 이렇게 내가 느끼고 있는 신체 변화와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며 그동안 직접 요리했던 음식들을 살펴보았다.


가장 간단하고 만만한데 너무 맛있는 월남쌈부터 버섯을 듬뿍 넣은 비빔밥까지. 가끔 밀가루가 먹고 싶을 땐 베이컨과 치즈 대신 토마토와 가지가 들어간 파스타를. 요리하는 즐거움은 물론 내가 나를 대접하는 느낌은 덤으로 오고, 엄마와 이틀에 한 번 꼴로 나가 장을 보는 것도 소소한 기쁨이다.

과거에 끔찍이 두부를 싫어했던 내가 배고플 때 냉장고에서 두부를 자연스럽게 찾아 먹고 있고 시럽이 듬뿍 들어간 달달한 라떼 대신 소화를 도와주는 차나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다. 그리고 간식은 무조건 과자나 빵이 아닌 구황작물들과 각종 제철과일들.


아직 다양한 비건 레시피를 시도해보지 못한 한 달 차이지만 벌써 건강해지는 느낌이 너무 좋다.

맛있는 채식 식당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다음 달에 ‘비건 두 달 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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