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과 멀어지다.
비건을 시작하면서 가공식품을 안 먹은 지도 꽤 오래됐다. 불과 몇 달 전의 식습관을 되돌아보면 짭짜름한 스팸은 밥의 단짝 친구였고 허기질 때마다 과자와 간식거리들을 끊임없이 찾곤 했다. 그중 페퍼로니와 치즈가 잔뜩 올라가 있는 피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정크푸드였다.
여기서 먼저 가공식품의 정의를 살펴보자면,
식품원료(농, 임, 축, 수산물 등)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가하거나, 그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분쇄, 절단 등)시키거나, 이와 같이 변형시킨 것을 서로 혼합 또는 이 혼합물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여 제조·가공·포장한 식품이라고 한다.
정의에서 뜻하듯이 자연스러운 것에 인위적으로 인공적인 것을 더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진짜 딸기보다 더 딸기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알 수 없는 부위들이 한데 갈려 만들어진 햄과 소시지, 바닐라 성분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향이 첨가된 바닐라 익스트랙 등등 내가 먹었던 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알게 된 이후로 더 이상 그것들을 먹을 수 없었다. 비상시에 대비해 항상 구비되어 있던 즉석밥과 라면은 서랍으로 들어갔고 편의점에 발길을 끊은지도 3개월이 다 되어간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음식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바뀐 점이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많은 음식 사진들(그마저도 대부분이 치킨과 떡볶이 등등이지만..)을 보면 예전에는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면 요즘에는 보기만 해도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다. 솔직히 이젠 맛있어 보이지도 않더라. 그저 영양가가 하나도 없는 탄수화물 덩어리일 뿐.
끊임없이 올라오는 먹방과 SNS에서 매일 바뀌는 맛집들을 보고 있자면 거부감이 생기기도 한다. (모든 콘텐츠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정작 우리 몸에 좋은 것들보다는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음식들로 뒤덮여 있기에. 그저 어떻게 하면 우리 몸을 더 아프게, 덜 건강하게 만들까- 고민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자연스러운 것이 좋은 법이라고 나는 자연식물식의 힘을 믿는다.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섭취하면 유전자 오작동을 막고 최적의 유전자 발현이 촉진됨으로써 우리는 거의 모든 질병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꼭 이러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신선한 재료로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것과 그저 대충 한 끼 채우자는 요량으로 즉석밥과 캔에 든 반찬, 전자레인지에 몇 분 돌리기만 하면 되는 음식들로 식탁을 채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않은가.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한 끼 한 끼가 모여 하루를 만들고 그것이 곧 일생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신선한 브로콜리, 두부, 버섯으로 식탁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