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알라 Sep 03. 2020

비건 두 달 차

교훈, 조금 더 다양해진 식단


완전 비건을 선언한 지 두 달 차.

나는 채식을 하면서 가끔은 고기가 생각날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먹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안 들었고 어쩌다 그런 생각이 들어도 정확히는 (고기보다 고기 굽는) 냄새에 이끌리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영혼 없는 ‘아 맛있는 냄새난다..’ 이 생각이 0.5초 정도 지속되는 것 같다.

아 찐-한 우유가 들어간 달달한 라떼는 일 끝나고 더운 요즘에 가끔 생각나기는 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가장 컸던 신체의 변화를 살펴보자면,

지난달에 생리통 약을 복용하지 않았던 터라 이번에 기대를 한 것이 사실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이번에도 생리통 약을 복용하진 않았으나 조금 차이가 있었다. 원래 그 날이 다가오면 전조증상(배와 허리가 아프다거나 얼굴에 뾰루지가 난다거나)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엔 이런 것들이 전혀 없었고, 반대로 통증은 조금 있었다. 그러나 참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어서 약봉지를 기쁜 마음으로 꺼내지 않을 수 있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하던 과거에 비하면 이것조차 엄청난 변화 아닌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 나가서 혼자 달리기를 한 적이 있었다. 테스트 겸 궁금하기도 하고 내 체력을 알아보고자.

결과는 13분. 고작 13분이었다.

지구력도 낮고 운동에 대한 끈기도 없어 예전부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못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열심히 뛰었는데 고작 13분이라니! 또 한 번 내 저질체력에 놀랐고 후들거리는 두 다리가 너무 미웠다.


그 후로 열심히 채식을 하면서 주 최소 5일을 나가서 운동하기 시작했고 두 달 동안 13분, 17분, 23분, 30분, 40분 기록이 서서히 올라가더니 며칠 전엔 가뿐하게 50분을 쉬지 않고(!) 뛰고 왔다.

온몸이 땀으로 뒤덮였는데 이 상쾌한 기분이란! 아 이런 맛에 운동하는구나 싶었다.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마라톤에 나가고 싶은 꿈도 생겼고. 아 물론 42.195Km 말고..

이제는 매일 저녁 정해진 시간이 되면 운동복으로 갈아입으며 오늘은 얼마나 뛸 수 있을까 기대를 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집에서 대신 요가를 하기도 한다.




며칠 전 핸드폰 앨범을 보다가 뉴질랜드에서 1년 동안 먹은 음식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주식이었던 꾸덕한 크림 파스타와 감자튀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먹었던 각종 디저트들, 영양가라곤 1도 없는 음식들.

생각해보면 매일매일이 소화되지 않고 더부룩한 나날들이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엔 항상 더 맛있고 더 자극적인 것을 원했었다.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외식을 했던 내가 1년 동안 무려 8키로나, 아니 고작 8키로 밖에 찌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반대로 채식을 하는 요즘 속이 편안한 것은 물론, 배부르게 먹으면 말 그대로 배부른데 더부룩하지가 않다.

기분 좋은 포만감이랄까.

덧붙이자면, 채식+운동의 콤보로 나는 원래의 몸무게로 되돌아왔으며 안색이 좋아졌다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이렇게 채식으로 편안해진 속을 자극적인 음식으로 마구 뒤엎은 날이 있었다.

약속이 있어서 나갔는데 메뉴가 떡볶이, 주먹밥, 감자튀김이었던 것이다. 아 후식으로 팥빙수까지 있었구나.

(그나마 고기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다른 사람과 같이 먹을 때 식사량을 통제하는 게 어려운 나는 그날도 역시 과식을 하게 되었고 집에 와서 머리가 콕콕 쑤시는 편두통과 소화불량, 울렁거림을 얻었다.

몇 시간이 지나도 속이 불편하고 편두통 때문에 이제는 관자놀이와 눈 주위까지 아파지자 두통약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튜브로 ‘소화불량을 해소하는 요가’, ‘더부룩한 속을 달래주는 요가 스트레칭’, ‘두통 완화를 위한 요가’ 등등 각종 요가를 오밤 중에 한 시간 반이나 하고 잤다. 그래도 더부룩한 건 다음날까지 계속되었지만


큰 교훈을 얻은 이 날 이후로 과식과 자극적인 음식은 저 멀리 보내버렸으며 다시 집밥을 열심히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빠질 수 없는 월남쌈과 더운 여름에 푹 빠진 콩국수와 도토리묵. 조금 더 다양해진 밑반찬과 비건 브라우니까지.


사실 과자와 빵을 가능한 한 최대한 멀리하고 싶었으나 그 벽은 너무나 높았다.. 그래도 편의점에 가서 과자를 사는 대신 집에서 비건 브라우니를 만들어 먹었고 들어간 성분이 다 확인된 비건 빵과 인절미 쌀과자로 대안을 찾았다.


내일은 뭘 해 먹지 행복한 상상을 하며 매일 메모장 ‘Plant Based Diet’에 하나씩 메뉴를 추가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재밌고 생각보다 다양한 비건 레시피가 있다는 것에 항상 놀란다.

식단과 운동, 꾸준히 유지하길 바라며 다음 달에 ‘비건 세 달 차’로-



매거진의 이전글 치킨집에서 치킨을 안 먹는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