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추천작] 소년의 시간
넷플릭스 상위권에 오른 <소년의 시간>, 영국 사회를 뒤흔든 화제의 드라마라는 이야기에 나도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겼다. 초등학교 5학년인 내 아이가 사춘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이 드라마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최근에 읽은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세대』와 김현수 교수의 『사춘기 마음을 통역해드립니다』는 스마트폰과 SNS, 그리고 사춘기의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했고, 그 속에서 이 드라마와 책이 묘하게 연결되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이들의 시간’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어졌다.
<소년의 시간>은 단순한 청소년 범죄극이 아니다. 13세 소년 제이미가 동급생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시작되지만, 이 드라마는 그저 충격적인 사건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인공 제이미는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는 ‘인셀(Incel, 비자발적 독신 남성)’ 문화에 빠져들며 왜곡된 성 인식을 만들어가고, 친구들 속에서도 외톨이가 되어간다. 스마트폰과 SNS로 언제든지 연결될 수 있는 시대에, 오히려 더 외로운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드라마는 그들의 불안과 고립, 그리고 부모와 사회의 무관심이 결국 어떻게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사춘기를 앞둔 내 아이를 떠올리며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지만, 그저 한 편의 드라마로 끝나지 않았다. 최근에 읽은 『불안세대』와 『사춘기 마음을 통역해드립니다』 덕분에, 드라마 속 아이들의 방황과 혼란이 내게 더 깊게 다가왔다. 조너선 하이트는 스마트폰과 SNS 속에서 부모의 보호는 약해지고, 오히려 가상 세계의 무방비 상태가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교수는 사춘기 아이들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고, 그 감정의 이름을 찾아주는 '감정 통역자'가 부모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 속 제이미의 외로움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걸 느꼈다.
이 드라마와 두 책은 결국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부모는 단순히 제한하고 통제하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 삶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자녀를 책상에 앉아있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조너선 하이트는 부모가 자녀의 디지털 환경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SNS는 정서적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놀이터라는 것을 이해하고 자녀들의 안전을 지켜줘야 한다. 또한 또래 관계가 원만하게 형성되고 있는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않는지 아이들이 마음을 살펴는 노력도 필요하다. 사춘기의 삶에는 또래 관계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가 아이의 삶에 적극 간섭하거나 개입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자녀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인생의 선배이자 코치로서 따뜻한 지지자, 울타리가 되어주라는 뜻이다.
<소년의 시간>은 단순한 청소년 드라마가 아니라, 지금 우리 가정과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보여준다. 혹시 당신도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이거나, 곧 그 시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 이 드라마와 책들을 추천하고 싶다. 불안하고 복잡한 사춘기의 세계를 함께 이해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통역하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이 흥미진진한 여정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