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팅』 신수정
마흔 중반에 이르면서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까지는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실히 일해왔지만, 이 길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늘 마음 한편에 자리한다. 홀로서기를 하기엔 내가 가진 역량과 자산이 부족한 것 같고, 조직 안에서만 성장하기엔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커넥팅』의 저자 신수정은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직장생활과 일에 대한 그의 인사이트에 공감했다. 책의 제목처럼 “커리어는 연결의 산물”이라는 이 책은 지금 내 고민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우리는 흔히 커리어를 직선의 경로로 상상한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 성과를 내면 자연스럽게 성장의 길이 열린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커리어 변화 = 트리거 × 외적 우연
커리어는 목표와 계획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우연한 만남, 예기치 못한 기회, 때로는 위기 같은 사건이 방향을 틀어놓는다. 그렇다고 계획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뜻을 세우고 계획을 세우자. 그러나 계획대로 안 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호기심, 낙관성, 끈기, 융통성, 위험 감수의 태도로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해보며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고 여러 사람을 만나자. 그러다 보면 우연한 일이나 예기치 않은 귀인이 여러분을 인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에 맞게 계획을 조정하면 된다.
돌아보면 내 커리어의 중요한 전환점도 대부분 트리거와 우연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위험을 감수하며 호기심을 따라 끈기 있게 도전했을 때 열렸던 길들. 하지만 그 우연들 또한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역량이 있었기에 비로소 기회로 연결될 수 있었다.
저자는 직장인에게도 기업가적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의 업무는 ‘나’라는 기업의 서비스다. 내 서비스의 가격은 월급이고 매출은 연봉과 보너스다. 내가 투입한 노력과 시간은 ‘원가’가 될 수도 있고 ‘투자’가 될 수 있다. 리더가 되기 전이라면 1인 기업 창업자이고, 리더가 된다면 나는 내가 맡은 조직의 CEO다.
회사를 단순한 고용 관계로만 바라보면 우리는 쉽게 ‘부품’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스스로를 기업가로 정의하는 순간, 직장은 나의 브랜드를 키우는 경기장이 된다. 프로 선수처럼 꾸준히 훈련하고, 받은 것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며, 자기 브랜드를 성장시켜야 한다. 조직에 속하든 창업을 하든, 지속 가능한 커리어를 만들려면 기업가적 시선으로 ‘나의 성장’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커리어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학습 경험, 직무 경험, 외부 경험 등을 기반으로 나의 강점과 역량, 그리고 커리어 과정에서 경험했던 역할을 블록화해 포트폴리오로 만들고, 이를 다양하게 연결함으로써 커리어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다.
커리어 계획의 핵심은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자신이 보유한 빌딩 블록을 이해하며, 이를 잘 조합하고 연결해 차별화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경험과 강점, 역량이 곧 커리어 자산이다. 그리고 그 자산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책을 읽으며 지난 20년간 내가 쌓아온 경험들을 돌아보았다. 아직 뚜렷한 전략이 서는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 삶 속에 찍어둔 점들을 어떻게 연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커리어의 본질을 강조한다.
커리어란 미션을 성취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여정이다.
커리어 목적은 1등이나 사장이 되는 게 아닐 것이다. 단지 더 넓고 풍요로우며 평생 지속할 수 있는 방향을 발견하는 것이다.
커리어는 타인의 시선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지속 가능한 기반을 만드는 수단이다. 젊을 때는 다양한 경험으로 기반을 쌓고, 40대 이후에는 그 경험을 토대로 삶의 목적을 정립해야 한다는 조언은 지금 내 상황에도 꼭 들어맞았다. 결국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를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언제든 흔들리고 방황할 수밖에 없다.
『커넥팅』은 불확실한 시대에 어떻게 일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내 삶과 일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여러분의 커리어는 안녕한가요? 지금 여러분이 쌓고 있는 커리어 블록은 무엇이며, 그것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적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