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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위 Nov 14. 2023

화요일과 목요일

2013.10.5.

화요일과 목요일은 육아시간을 쓰는 날이다.

이유는 당연히 오전에 수업이 없기 때문인데 육아시간을 쓰는 날에는 내가 둘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다.

요즘 한국나이와 새로 바뀐 나이에 부쩍 관심이 많은 튼튼이는, 엄마 나 이제 여섯 살 아니지? 다섯 살이지? 하면서 어린이집 동생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동생들의 바뀐 나이를 알려준다.


여섯 살이었다가 유월을 기점으로 다섯 살이 된 둘째는, 숫자 개념이 생기고 요일을 인지하게 되면서부터 화요일과 목요일을 기다린다. 이유는 하나다. 엄마랑 같이 어린이집 등원을 할 수 있으니까.

오늘은 목요일이다. 연휴가 끝나자마다 아이는 어제가 수요일이라고 살짝 서운해했고, 하지만 또 목요일이 오니까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이 왔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둘째를 깨우고 씻는 동안 옷을 다 입고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서두르고 서둘러도 육아시간을 쓰는 날은 늘 지각이라 마음이 조급했다. 날이 쌀쌀하니 분홍색 외투를 입자고 했는데, 한 쪽 팔을 끼더니 불편하다고 울기 시작한다. 최근 부쩍 커버려 입던 옷들은 다 작고, 사촌언니에게 물려받은 옷은 너무 크다. 실랑이가 점점 길어질 것 같아 팔 길이보다 한 뼘은 더 긴, 사촌언니에게서 받은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쌀쌀한 바람을 맞더니 대뜸, 장갑을 달라는 튼튼이. 아직 장갑을 낄 정도는 아니라고 말하면서 아이의 손을 꼭 쥔다.

점점 화가 차오르기 시작하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이틀인데. 솟아오르려는 화를 지긋이 누른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나오는데, 아이가 창문에 매달려서 큰 소리로 나를 부르며 손을 흔든다. 그래도 얼굴은 웃고 있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나에게도 설레는 날이다.

이유는 당연히 둘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화요일과 목요일 아침이 늘 평온하지는 않다.

엄마와 함께 가고 싶은 걸 참고 참아서 기다린 이틀.

딸을 데려다 주고 싶은 마음을 참고 참아서 기다린 이틀.

그 소중한 이틀인데, 화요일과 목요일 아침에 둘째는 종종 울고, 나는 종종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의 감정이 격랑을 타고 흔들리고 흔들리는 그 시간을 돌이켜 보면, 그래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은데 말이다.

튼튼이는 1월생이라 육아시간이 올해 끝난다.

내년부터는 월, 화, 수, 목, 금 아이의 자는 얼굴을 보고 출근을 해야 한다.


이 시간을 더 오롯이 누려야겠다.

화가 나도 깔깔깔 웃어서 털어버릴 수 있게, 마음의 품을 더 넓혀야겠다.


튼튼아! 우리 이 가을 아침을 맘껏 누리자.

더, 더, 신나는 마음으로 화요일과 목요일 아침을 맞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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