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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Feb 21. 2020

무르익는 사인死因

수신인 부재

우리가 무르익는 시간에 많은 말들이 죽었다


당신에게 건네는 말의 끝은 항시 가벼워야 했다

무겁게 던진 단어는 늘 일찍 죽었다

사인은 실족사

귓바퀴에서 굴러 떨어졌으므로


혀끝에서 사산된 말은 식도로 넘어가서

당신을 만나고 온 날은 여지없이 배가 불렀다

무분별한 과식에 바쳐 

애도를

애도를

애도를

 

몇 날 며칠 곡을 하고 상을 치렀다가도

당신이 부르면 애참꽃을 피웠다


당신의 말은 

가벼우면 꽂히고 무거우면 박히는데

나 홀로 말을 끊임없이 살해하는 건

필경 나의 미숙함 때문일 테지


가슴에 늘어난 말의 묏자리

사체가 뿜는 가스 덕분에 한숨도 늘었다


이유를 묻는 그대에게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주제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며

역시 아무것도 아니긴 싫어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남기는 분해서

 

요즘 장래희망이 요절이라 그렇다 말하며

아주 짧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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