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by writing
C.S.Lewis
사람이 왔다
지난 계절
흐드러지게 피었던
꽃이 지고
앙상한 가지 사이로
아름답다 하던 뭇사람들의 찬사가
모음 하나 남지 않고 빠져나갈 때쯤
이제는 비루하고 엉성하다
가리키는 손가락 뾰족한 그늘에
숨이 시들고 맥이 사윌 때쯤
비처럼
바람처럼
햇살처럼 나려
여전히 곱다
곱고 예쁘다
예쁘고 귀하다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10월 상강을 맞이하는
나의 가지 끝에 피었다
제주 아날로그 글쓰기 작업실 ‘필기(pilgi)’ 주인장. 17년 째 글밥 먹고 사는 구성 작가, 기획자, 에디터. 가끔 카피라이터, 작사가. 장래희망은 척추가 곧은 사람.